이해찬(李海瓚) 총리는 18일 "흡수통일 방식은 우리 현실에 비추어 결코 적절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참석차 독일을 방문중인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괴테대학에서 행한 독일 헤센평화문제연구소 초청 특별강연에서 "독일이라는 경제대국도 통일의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독일통일의 과정에서 일관성있는 교류.협력, 흡수통일 지양, 점진적.단계적 통일 추구, 국제적 지지.협력 등 4가지 교훈을 얻었다"면서 "흡수통일 시도는 북한의 반발과 함께 주변국들의 개입을 초래하고 한국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유발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90년 통일당시 동독은 서독 경제규모의 3분의 1 수준이었으나 현재 북한의 경제규모는 남한의 3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1인당 부담액이 (독일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특히 "한반도에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4국과의 지정학적 관계, 전쟁을 치렀던 남북 양측 주민간의 통합문제 등 정치, 사회적 어려움 역시 독일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어 "독일을 포함한 다른 분단국들의 경험에서 통일을 평화적이고 점진적,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통일이 단순한 영토결합이나 정치권력 배분이 아닌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룩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태에서 남북간 교류.협력을 심화, 발전시키고 교류협력의 성과가 축적돼 각 분야에서 공동체가 형성돼 나가면 그 기반 위에서 국가연합단계를 거쳐 종국적으로 통일에 이른다는 것이 우리의 점전직, 단계적 접근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와 함께 "통일을 이루는데 있어 국제적 지지와 협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과거 서독정부가 견지해 온 '유럽속의 독일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이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얻기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북핵문제와 관련, "핵폐기와 절차, 방법, 시기 등은 계속 협의해 나갈 사항으로 남아 있지만 지난번 베이징(北京) 6자회담 합의는 북한 핵위협의 해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별도의 적절한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문제를 협의키로 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면서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를 실현함으로써 전쟁을 방지하고 남북간의 평화공존을 정착시켜 나가고, 아울러 북한과 미국.일본 간의 신뢰구축 및 관계정상화를 도와 한반도 안보환경의 안정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밖에 "독일통일의 기저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다자간 안보협의체를 통한 유럽내 군축과 긴장완화, 평화구축의 성과가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다자차원의 안보협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