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6일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의 사표를 공식 수리하면서 `강정구 교수 파문'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권은 이번 파문을 `신속히 종결'키로 입장을 정리하고, 김 총장 사표 수리 직후 새 검찰총장 인선작업에 즉각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나라당은 천정배(千正培) 법무장관의 동반사퇴를 더욱 강하게 밀어 부치면서 오는 19일 해임안 제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주가 파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김 총장 사표 수리와 천 장관 책임 공방이 가열되면서 일선 검찰의 집단 반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론'이 나오고 있는 등 `정(政)-검(檢) 갈등'이 재현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당면한 최대 관심은 한나라당이 천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할지 여부다. 현상적으로 볼 때 국면은 한나라당이 유리해 보인다. 민주당도 사퇴요구 대열에 동참한 상태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신중치 못했다'는 평가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개 교수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천 장관이 헌정사상 초유의 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악수(惡手)을 던진 것이자, 향후 국보법 처리 등의 수순을 생각해서라도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 여권 핵심인사들을 포함한 상당수 의원들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눈치를 살피고 있다. 역풍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안때도 역풍이 불어 호된 시련을 당한 바 있고, 지난 6월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 해임건의안도 국회 본회의에서 관철에 실패했다. 또 다시 해임안이 부결될 경우,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당 장악력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이 "제발 한나라당이 해임안을 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만회할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읽은 탓이다. 비록 지금은 여권내에서 천 장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많지만, 막상 해임안을 제출하면 `위기의식'이 발동하면서 여당의 결속력이 강화될 소지가 크고 여론도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나라당 지도부의 걱정으로 보인다. 당초 17일 의총을 열어 해임안 제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던 한나라당이 이를 19일로 연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야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비록 부결되는 한이 있더라도 해임안을 내서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 독립성을 훼손한 중대사안임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한나라당 지도부가 여권의 대응과 여론의 향배에 따라 어떤 식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할 지 주목된다. 여권은 되도록 신속히 이번 파문을 일단락 짓겠다는 입장이다. 김 총장의 사퇴가 검찰의 중립성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국정의 난맥상으로 비쳐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퇴서 제출 이후 일요일인 16일 수리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이나 후임 총장 인선이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검찰이 조직논리에 따라 반발한 것과 관련해 검.경 수사권 문제 및 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 개혁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검찰과 정권의 정면 갈등으로 치달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파문이 남은 정기국회 기간 여야간 대치를 더욱 극대화 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사립학교법과 국보법, 세금 문제 등 여야간 쟁점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파문이 맞물릴 경우 국가 정체성 논란으로 확대돼 정국 파행과 사회 전반의 보혁갈등으로 확산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