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4일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 파장 끝에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한데 대해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도 적지않게 놀란 분위기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지휘를 수용하겠다는 김 총장의 입장 표명과 김 총장의 사직서 제출이 시차를 두고 이뤄진 탓에 청와대가 느낀 당혹감은 더욱 컸다. 김 총장의 `수사지휘 수용' 입장이 알려질 때만 해도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일절 삼가면서도 "당연한 결정", "순리대로 한 것"이라며 내심 반기는 일각의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하지만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지 불과 1시간여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법무부로부터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보고가 민정수석실에 접수된 것. 이때부터 청와대는 상황 파악에 나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울산에서 개최된 전국체전 개막식 참석 직후 민정수석실로부터 검찰총장의 사직서 제출을 보고받았으며,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특히 노 대통령을 수행하고 부산과 울산을 방문했던 청와대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과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은 급거 상경해 관계 비서관들과 심야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 대변인은 회의 직후 "밤 10시부터 1시간 가량 계속된 회의에서 김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경위와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며 "일요일(16일) 오후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 전반적으로 보고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하듯 회의 참석자들은 "대변인의 발표대로"라며 회의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결국 `이르면 이날중 사직서 수리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 달리 김 총장의 거취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이 `대통령 보고' 전까지 유보 상태로 남겨진 셈이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김 총장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좀더 시간을 갖자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본인이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는다면 수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내부 기류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15일에도 관계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하는 내부회의를 갖고 사직서 처리 문제를 비롯해 향후 전개될 사태의 방향 및 대응책 등이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6일로 예정된 대통령 보고에 사직서 수리여부에 대한 참모들의 의견을 포함될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김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일부 언론이 `검찰총장 사퇴'를 보도했으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대해 "그런 사실 없다", "듣지 못했다"며 부인했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만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사퇴설'에 대한 법무부의 공식 확인에 앞서 상황이 긴박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