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5:56
수정2006.04.03 05:57
수도권 외곽에서 한 지역의 전셋값 상승 불씨가 주변 지역으로 '도미노'처럼 옮겨붙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화성 구리 등 최근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의 세입자들이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값싼 전세를 찾아 인근 지역으로 밀려나오면서 해당 지역의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12일 일선 중개업계에 따르면 경기 오산시 원동 두산아파트 33평형 전세가격은 8500만~9000만원으로 지난 6월 이후 1500만~2000만원 뛰었다.
이 지역은 LG전자 오산공장 등 주변의 대규모 산업단지 입주로 전세 수요가 꾸준한 데다 최근에는 인근 화성 지역에서 옮겨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전세물건이 귀해지고 전셋값도 올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원동 H공인 관계자는 "태안지구 등 화성지역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지금의 절반 가격 수준에 전세를 얻었던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오산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전세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물량이 달려 집 주인이 부르는 대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 호평·평내지구도 인근 구리에서 가격이 싼 전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평내동 대주2차 아파트 26평형 전셋값은 5500만~6000만원으로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뒤 15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단지 내 U공인 관계자는 "인근 구리 토평지구나 교문지구에 비해 20평형대 전셋값이 4000만~5000만원 정도 싸 이곳에 전세를 새로 얻어 이사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격이 아직 저렴한 데다 구리시 내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의 전세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5대 신도시 가운데 분당과 함께 전셋값 불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평촌의 전셋값 상승 불똥은 인근 의왕으로 튀고 있다.
의왕시 오전동 동백아파트 32평형 전셋값은 1억2000만~1억3000만원으로 6월 이후 3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오전동 J공인 관계자는 "내손동 재건축 이전에다 평촌에서 밀려오는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셋값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32평형 기준으로 이곳 전셋값이 평촌보다 8000만~1억원 정도 낮아 이사철 막바지임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찾는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에서 전셋값 상승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1~2년간 지극히 안정됐던 서울 및 수도권 인기 주거지역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주변으로 수요가 밀려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라며 "겨울 이사철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