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라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독일 가는 순간까지 주전경쟁에서 살아남겠습니다."


1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단의 기자회견장에서 '본프레레호의 황태자'였던 이동국(포항)은 몸을 낮추었다.


딕 아드보카트 신임 대표팀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주전으로 나설지 확정되지 않아서다.


그렇지만 감독의 스타일이 자신과 잘 맞는다고 은근히 강조했다.


이동국과 포워드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안정환(FC메스)도 주전자리를 꿰차는 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정환은 "이동국과 경쟁을 벌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주전으로 나서면 자신있게 플레이하겠다"며 "독일월드컵에서 두명 이상의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좌우 공격수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이는 박주영(FC서울)과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은 상대적으로 주전경쟁에서 자유로운 상황.


박주영은 "주전으로 독일월드컵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공격을 중시하는 감독의 스타일이 내게 잘 맞다"고 자신감 있는 모습도 보였다.


공격수 외에도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드필더와 수비진에서도 저마다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지성이 오른쪽 공격수로 자리를 돌림에 따라 숨통이 틔인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는 김두현(성남), 김정우(울산), 백지훈(FC서울), 이호(울산) 등이 도토리 키재기 식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백지훈과 김정우는 "감독과 스타일이 맞든 맞지 않든 감독의 요구를 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지훈은 "감독은 중앙미드필더진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공수 연결을 매끄럽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런 감독의 스타일을 받아들이면서 기회가 되면 치고 나가는 모습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수비에서도 노장 최진철(전북)은 허벅지 부상으로 불안한 표정이기는 하나 노장의 관록은 여전함을 내비쳤다.


본프레레호에서 빛을 발했던 김진규(이와타)도 "본프레레 감독이 장난도 쳐오는 등 잘해주었다"면서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는 게 문제다"며 비장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연구한 것을 경기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단 주전으로 나간다는 가정에서다"고 전제를 달아 치열하게 전개되는 경쟁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조용형(부천)은 패기를 보였다.


그는 "대표팀 훈련 스타일이 익숙하다.


선배들이 뛰어나지만 경쟁자이고 K리그에서 접해보면서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골키퍼 부문에서도 이운재(수원)가 아직 주전자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강력한 경쟁자인 김영광(전남)은 "감독이 공격을 선호해 공을 잡은 뒤 빠르게 선수들에게 공을 내줘 공격을 물길을 여는 내 스타일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부동의 골키퍼 주전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운재도 "주전 자리는 언제나 경쟁을 통해 결정되므로 끝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며 "몸 관리를 철저히 해 2006월드컵에서도 골문을 굳건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