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사실상 연정론 종결을 선언하고 나서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의장은 10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연정론과 관련, "내가 볼 때 연정 얘기는 끝난 것으로 본다"며 `사망선고'로 읽혀질 수 있는 언급을 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기국회가 끝나는 올 연말까지 정치적 사안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문 의장이 연정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끝난 것'이라는 평가까지 내린 데에는 상당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문 의장이 "대화와 타협은 바뀌지 않는 참여정부의 국정원리이고,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연정을 이야기 할 것"이라며 그간 연정론의 `수호천사'를 자임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연정론 종결 발언이 10.26 재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재결집을 시도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문 의장은 연정론 종결발언에 앞서 "(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원인을 지지층 이반으로 보고, 대통령 연정발언 등으로 인해 (핵심 지지계층이) 떨어져나갔다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연정론이 당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했다. 문 의장은 연정론 종결 발언에 이어 "그러면 인기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문 의장이 자신의 당내 리더십을 공고화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연정론 종결 발언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0.26 재선거 결과가 결코 희망적이지 않은 데다가, 정동영(鄭東泳.DY)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金槿泰.GT)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 조기복귀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문 의장이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내 다수가 반대하는 연정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 의장의 연정론 종결 발언이 알려지자, 당내 DY계와 GT계 모두 환영의사를 밝혔다. 바른정치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당의 리더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재야파 소속인 이인영(李仁榮) 의원도 "군더더기 없이 환영한다"며 "앞으로는 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살리고 전진해 가면 된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문 의장의 발언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사실상 연정론에 대한 논의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문 의장이 이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논의가 중단된다 하더라도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대통령의 뜻은 살아 있는 것"이라며 "어차피 연정문제는 대통령이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정리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내 일각에서는 "문 의장이 이미 청와대와 협의를 거쳤을 것"이라며 "그런 이야기를 해도 리더십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에 대해 문 의장이 최근 `뚝심의 리더십'을 주창하며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10.26 재선거가 우리당의 참패로 끝날 경우에는 조기전대론이 제기되는 등 당이 어지러워질 것"이라며 "문 의장이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부터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