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갔던 일본 공장들이 일본으로 '유턴'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공장을 일본으로 이전하면 물론 임금부담은 커지지만,엔고(高) 속에서 체질이 강화된 만큼 설비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국 등에 첨단기술이 새어나가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또 일본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지와 기간시설 저가 제공 등 각종 유인책을 내세우며 공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일본 기업들의 유턴을 촉진시키고 있다. 중국에 있던 공장을 일본으로 이전해 성공을 거둔 업체로는 마쓰시타전공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차단기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긴 이 회사는 설비 자동화로 임금상승 부담을 해결했다. 중국에서 200명이 했던 일을 현재 설비 조작 및 비상 근무조 20명이 처리하고 있다. 켄우드도 말레이시아에 있던 MD플레이어 생산 거점을 일본으로 이전했지만 인력충원은 불과 10명에 불과해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다. 기술 유출 우려도 일본 기업의 유턴을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기술 유출 가능성이 큰 첨단 전자업체들에서 이런 추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일본에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샤프(액정패널)와 마쓰시타(PDP)가 여기에 속한다. 일본 내에 신설됐거나 건설 중인 공장은 2003년 1052개,2004년 1305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 기업들이 엔고로 인건비가 싼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대거 빠져나가 불과 3년 전인 2002년 해외법인 수가 6918개사에 달한 반면 일본 내 신설공장은 843개로 사상 최저치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일본 정부가 제조업 공동화를 막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구조개혁특구법'이 대표적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구조개혁특구 추진실'에서 마련한 이 법은 특정 산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는 지자체는 특구로 지정해 학교와 항만 등 공공시설을 지역 내 민간기업에 싸게 임대해 주고,농지를 공장용지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각종 규제를 풀어 지원하고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된 지 3년째인 지금 30개 부·현과 130개 시·구가 특구로 지정돼 기업유치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단 제조업 공동화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구법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신일철화학이다. 지난해 새 공장 부지로 한국 충주시와 기타규슈현을 놓고 저울질을 했던 이 회사는 임금부담을 감수하고 항구를 하루 24시간 돌리는 기타규슈현을 택했다. 수요처의 절반이 한국 기업이지만,기타규슈항이 24시간 운영체제로 바뀌어 물류비용 격차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1인당 인건비는 충주가 최대 40%나 싸지만 설비 자동화 등의 한계로 관리인원이 더 필요해 전체 인건비 부담은 같다는 점도 감안됐다. 일본 기업의 유턴과 관련,일본 내에서는 공장자동화로 고용창출 효과가 적다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일본으로 공장이 돌아오고는 있지만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 철저한 설비자동화로 지역 고용 창출에는 기대했던 만큼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