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10대 수험생에겐 지옥이고,모든 게 불확실한 20대에겐 어둡고 지루한 터널일 수 있다. 30∼40대에겐 떨어지지 않으려 정신없이 매달려야 하는 청룡열차,50∼60대에겐 지친 채 놀이동산을 나오는 길같은 것일지 모른다. 어떤 경우에도 인생에 정답은 없고,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도 없다. '인생은 짧다'는 일반론 대신 '인생은 길다'라는 명제를 내세운 광고가 화제다. 딸부터 시작,아들 아내 남편 어머니의 인생편으로 이어진 삼성생명의 기업광고가 그것이다. 광고에 따르면 인생이 긴 건 사춘기에 접어들어 혼자 있으려는 딸과 엄마를 따라 여탕에 들어가기엔 너무 큰 아들에 그치지 않는다. 무스도 안바르고 출근하는가 하면 어느 틈에 뱃살이 손에 잡히는 남편,처녀 시절 수줍음은 어디로 가고 할인마트의 공짜를 찾아 헤매는 억척스런 아내,애써 키운 자식들을 제 갈 길로 보낸 나이든 어머니의 인생도 길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을 가꿔가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Bravo your life)! 긴 인생 아름답도록'이라는 문구에서 보듯 광고의 목적이야 당연히 그러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겠지만,정말 긴 인생을 잘 살아가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더글러스 대프트 전 코카콜라 회장의 2000년 신년 메시지는 인생의 지표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가슴을 찌른다. "인생이란 두 손으로 5개의 공을 움직이는 저글링같은 것이다. 공은 일,가족,건강,친구,영혼인데 일이라는 공은 고무같아 떨어뜨려도 곧 튀어 오르지만 나머지 공들은 유리같아 떨어뜨리면 긁히고 깨지고 흩어져 다시는 전처럼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다섯 가지가 균형을 이루도록 애써야 한다." 대프트 회장은 그러자면 과거나 미래에 집착해 삶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게 하지 말고,언제든 사랑의 문을 닫지 말라고 조언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이라는 것이다. 어제는 역사,내일은 미스터리이고 오늘(present)은 곧 선물(present)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