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명 기업들 사이에 부동산 개발 및 투자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이신은 최근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TV용 반도체를 개발,상용화에 성공한 첨단 기업이다. 하지만 본사가 위치한 칭다오에선 '신(新) 부동산 왕'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지난해 칭다오시가 경매한 토지 가운데 60% 이상을 하이신이 낙찰받았다. 지난 4월에 열린 토지 경매에서도 '㎡당 8550위안(약 106만8750원)'을 써낸 하이신이 낙찰자로 결정됐다. 칭다오시의 토지 경매 사상 최고 가격을 경신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하이신은 중국의 내로라 하는 첨단 기업들의 부동산시장 진출 러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97년 하이신의 부동산 개발 면적은 8만㎡였지만 지난해 이 규모가 80만㎡로 늘었고,올해는 110만㎡를 계획하고 있다. 칭다오는 물론 인근 지난과 옌타이 등지의 부동산시장에도 진출한 하이신은 올해 중국 부동산기업 순위에서 48위에 올랐고,성장성 부문에서는 10위권에 진입했다. 미국의 IBM PC사업부문을 인수해 세계 3위 PC 업체로 등극한 중국의 롄샹도 부동산사업에 적극적이다. 롄샹 창업자이자 롄샹지주회사의 총재인 류촨즈는 공개석상에서 계열사인 롱커즈디부동산개발회사를 일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간 베이징 우한 충칭 등지에서 200만㎡의 개발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 역시 부동산 계열사를 두는 등 부동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보기술(IT)업체인 칭화즈광은 지난해 베이징에 중국식 별장을 지었고,푸톈 역시 베이징에서 대규모 토지를 확보해 놓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유명 기업들이 앞다퉈 부동산 개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신의 경우 부동산사업으로 거둬들이는 순익만 연간 8억위안(약 1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에서는 "첨단 기업이 요즘 바쁜 것은 부동산 때문"(중국 시장보)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랑셴핑 홍콩 중문대 교수는 "해외에서와는 달리 잘나가는 중국의 전문 기업들이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중국 기업의 비애"라고 지적했다. 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