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협력 시대와 더불어 등장한 남남갈등이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혁신 사이의 이념갈등으로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권영경 통일연구원 교수는 2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통일교육 평가와 발전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제2차 시민토론회에서 "대북 화해협력 정책이 실시된 5년여 과정 동안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남북 교류협력과 북한의 변화를 경험하고 국민의 정부에 이어 진보적 성격의 참여정부가 등장하면서 남남갈등이 보다 더 심층적이고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권 교수는 "남남갈등 초기에는 지역갈등에 기초해 일어나는 것처럼 인식되었고 실제 그런 양상으로 관찰됐지만 최근에는 보.혁 간 이념 갈등이 보다 뚜렷해지면서 이념적 정체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인용, 2002년 1월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49.5%가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중도라고 밝혔지만 2004년 6월에는 25%만이 중도라고 응답한 것을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호남권 주민들은 약간 보수성향으로 후퇴하고 있는 반면 부산.경남권 주민들 사이에서 약간 진보 성향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남남갈등이 지역갈등과 중첩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권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남남갈등이 이념갈등의 지평 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은 간단한 문제로 볼 수 없으며 서구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이나 해방 직후 우리 현대사의 경험에 비춰 이러한 갈등은 자칫 선악의 구도 및 이념지상주의와 결합하면서 대결주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우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남남갈등도 분명히 이념갈등"이라고 진단하고 "2000년 8.15 방북단 사건 이후 폭발하기 시작한 남남갈등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서 힘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데만 치중, 결과적으로 사회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아직도 냉전적 시각은 남한 사회의 주류로 위력을 갖고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남북관계는 실체적 변화와 상관없이 본질은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남남갈등에서 초래된 이념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통일교육의 강화를 제안하고 "사회 구성원이 대화와 이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더불어 살기를 내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통일교육은 이념갈등의 지평 위에 서 있는 남남갈등을 사회통합으로 이끄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