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을 잘라낸 40대 탈북자가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를 거치는 대장정 끝에 태국에 도착, 남한행(行)을 위한 난민심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탈북자 지원조직인 피랍탈북인권연대에 따르면 지난 3월 인편으로 보내온 편지를 통해 한국행 지원을 요청한 박모(41.여)씨가 아들(19)과 함께 지난 9일 태국으로 입국했다. 박씨 모자는 현재 태국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현지 이민국에 난민심사를 요청, 하루속히 남한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미얀마와 인접한 중국 윈난(雲南)성의 쿤밍(昆明)시에서 30여년 전 북송된 재일동포 박모(53.여)씨와 탈북자 장모(38.여)씨와 합류, 메콩강을 건너 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 함경남도 무역 관련사무소에 일하면서 남한 등 외부세계의 소식을 많이 접해 온 박씨는 지난 2000년 남한행을 결심하고 아들과 함께 중국으로 탈북했다. 그후 3년간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일대에서 남한행 자금을 마련한 박씨는 우선 자신이 먼저 남한에 정착해야 된다는 판단을 하고 2003년 12월 아들을 지인의 식당에 맡긴 채 네이멍구(內蒙古)로 이동해 몽골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박씨는 이 곳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지난해 1월 북송됐으며 함경북도 온성군 보위부에서 한 달여간 조사를 받았다. 박씨는 수감생활 중 동상에 걸린 발에 대해 치료를 요청했으나 보위부원들로부터 "치료는 무슨 치료냐. 너같은 X은 다리가 없어야 다시는 탈북을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가혹 행위를 당했다. 박씨는 출감 7개월 뒤인 지난해 9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또다시 중국으로 탈출해 아들과 합류하게 됐으며, 이때 발에 난 상처가 점점 번짐에 따라 지인들의 강권으로 절단수술을 하게 됐다. 그 후 박씨는 의족(義足)을 한 채 재차 몽골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자신을 돕던 탈북 도우미가 검거되는 등 사정이 여의치 않자 태국행을 결행하게 된 것이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은 "박씨 모자가 지난 15일 현지 우리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현지공관 등 외교당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당국은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moon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