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골 요리를 배터지게 먹고 싶다."


태평양 전쟁터에서 되뇐 이 같은 일념 하나로 전후 일본 최대 유통왕국을 일궜던 나카우치 이사오(中內功) 다이에 창업자가 지난 19일 오전 영욕의 일생을 마감했다.


향년 83세.사인은 뇌경색.'유통 황제'에서 '부실채권의 상징'으로 추락한 충격 탓인지 지난달 26일 정기검진을 위해 고베시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쓰러진 그는 결국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192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57년 가업인 약국을 리모델링해 약과 화장품,일용품을 파는 이른바 '주부의 가게 다이에약국' 1호점을 냈다.


그는 뒤이어 철저한 가격 파괴를 무기로 한 미국식 슈퍼마켓 유통혁명을 일으키면서 15년 만인 72년 '유통공룡' 미쓰코시백화점을 제치고 소매유통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문어발식 확대 경영을 추구,금융 부동산 호텔 프로야구 분야 등 모두 200개 자회사를 거느린 재벌로 성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땅값이 오를 것을 내다보고 토지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점포와 사업을 확장하는 그의 경영 수완은 승률 100%였다.


그러나 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그의 왕국은 일시에 무너졌다.


97년 말 결산에서 사상 첫 경상 적자를 낸 데 이어 2000년에는 회장직을 내놨고 다음 해에는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2조엔 이상의 부실채권을 안은 다이에그룹은 2004년 산업재생기구의 워크아웃작업에 돌입했고,다이에 호크스 프로야구단도 소프트뱅크에 팔려나갔다.


"나는 먹는 상품에 집착한다"고 서슴없이 말했던 그의 일생은 고도 성장과 대량 소비사회,부동산 거품 붕괴와 부실채권으로 대변되는 전후 일본 경제의 궤적과 일치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