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큰 틀의 윤곽을 잡았다. 큰 줄기는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되, 비례대표를 전국단위가 아닌 권역단위로 뽑기로 한 것. 이런 대전제 하에 도농복합선거구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검토하는 쪽으로 논의의 방향이 잡혔다. 지역구도 해소효과가 크고 한나라당 등 야당과의 협상이 어느정도 가능한 대안으로 논의를 압축했다는게 우리당 정치개혁특위의 설명이다. 이에따라 기존 당론인 중대선거구제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도농복합선거구제는 광역시는 중대선거구로,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표의 등가성 문제에 걸린 도농간의 격차를 해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덜한 도시를 중심으로 `영.호남' 구도를 깨는 효과가 크다는게 정개특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뽑는 제도를 적용하면 `도농복합선거구+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조합이 완성된다. 이 제도는 지금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당내에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있으며 선거구제 개편논의의 결정적 키를 쥔 한나라당내에서도 찬성하는 의견이 많아 여야간 합의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유시민(柳時敏) 의원 등 당내 개혁당파를 주축으로 공론화가 시도되고 있는 안이다.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에게 한 표, 정당에 한표 등 총 두 표를 행사하고 의석수 배분은 정당투표에서 얻은 득표율에 따르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역구도 해소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처음 의석수를 정할때는 정당의 전국 득표율을 기준으로 하되,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할 때는 정당의 권역별 득표율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우리당이 검토중인 안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한국적 현실에 맞게 일부 변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할 때 순수 독일식은 권역별 득표율에 따르도록 돼 있지만, 우리당의 검토안은 정당의 전국 득표율을 기준으로 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론돼온 중대선거구제와 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구도 완화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돼 사실상 `폐기'됐다.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 논란을 빚어온 의원정수(299명) 문제는 일단 현행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현역의원들의 저항을 줄이면서 선거구제 개편논의를 용이하게 할 수 있지만 의원 수를 늘리는데 대해 국민여론이 부정적이라는 현실론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뽑는다는 전제에 따라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최대한 늘린다는게 우리당의 구상이다. 우리당은 특히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원 수를 243대 56에서 200대 99까지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개특위에 참여한 김종률(金鍾律) 의원은 "비례대표 대 지역구 의원 수를 1대 2.5 내지 1 대 2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역구 의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리당이 이처럼 선거구제 개편논의의 방향을 잡았지만 입법화 단계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지역구 의원 숫자를 줄이는데 따른 지역구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한데다 각 당의 이해관계가 달라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당이 제3의 기구를 통해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이처럼 당내외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이 설사 당론으로 선거구제 개혁법안을 확정하더라도 야권과의 협상은 산 너머 산의 형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