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간 소주, 위스키 등 고도.증류주 음주량이 러시아, 라트비아, 루마니아 등 동구권 국가에 이어 세계 4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데다 과음하는 사람의 비중도 갈수록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연간 4조9천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도 연간 3만1천여건으로 증가 추세다. 정부는 13일 오후 한국조세연구원 10층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열어 주세의 인상을 통해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의 가격을 올려 간접적으로 소주 등 고도주 소비를 줄이는 주세율 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 학계와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듣는다. ◇소주.위스키 음주량 세계 4위 장근호 홍익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주제발표문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소주와 위스키 등 고도.증류주 소비량은 2002년 기준 4.5ℓ에 육박해 러시아(6.5ℓ), 라트비아(5.6ℓ), 루마니아(4.7ℓ)에 이어 세계 4위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전체 알콜 소비량에서 증류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러시아(76%), 라트비아(73%)보다는 낮지만 루마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국민 1인당 순알콜 소비량은 2003년 기준 6.7ℓ로 10ℓ이상을 소비하는 독일, 프랑스 보다 낮고 약 6.6ℓ수준인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2003년 기준 연간 1인당 68병의 소주와 248병의 맥주를 소비하고 있다. ◇여성음주비율 17년來 2배 이상 늘어 지난 1986년 20.6%였던 여성의 음주비율은 2003년 49.0%로 17년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이와 비례해 전체 인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의 비율은 1986년 48.3%에서 2003년 64.3%로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 인구 중 술을 마시는 사람의 비율은 2003년 기준 75% 이상으로 60%대 초반에 머물렀던 1992년에 비해 11년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2001년 32.3%에 불과했던 12∼19세 청소년 음주비율도 2003년에 55%로 급증했다. ◇전체 음주인구의 40.5%는 과음 전체음주자중 1999년 당시 31.3%에 불과하던 소주 1병 이상 과음자는 2003년 40.5%로 9%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맥주를 4병 이상 마시는 과음자도 1999년 31.3%에서 2003년 37.5%로 늘었다. 2003년 기준 성인 음주자의 5명 중 1명은 알콜 남용 혹은 의존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중 남성 알콜남용 혹은 의존자는 26.1%, 여성은 10.5%로 특히 여성 알콜남용 혹은 의존자는 1999년 3.1%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음주교통사고 3만1천건..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4조9천억원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11%, 교통사고 사망.부상의 15%는 숙취상태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산업장 사고의 20∼25%는 음주관련 사고라 음주로 인한 수명 손실은 남자 3.1년, 여자 1.1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간질환 사망률은 21명, 자살은 24명, 교통사고 사망률은 19명으로 절대 음주량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 또 2003년 기준 음주 교통사고는 3만1천200건으로 이로 인한 사망자는 1천100명, 부상자수는 5만5천200명에 달한다. 1990년에서 2003년 사이 전체 교통사고에서 음주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9%에서 13%로 늘었다. 특히 음주사고 사망은 3.1%에서 15.4%로 5배가량 늘었으며 부상은 3.3%에서 14.7%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03년 기준 4조9천억원으로 GDP 대비 0.6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비용에는 생산성 및 조기사망 손실, 치료비, 행정비용 등과 음주관련 범죄로 인한 비용, 알콜 중독자에 대한 재활, 예방, 연구에 드는 비용 등이 포함됐다. 순알콜 1ℓ당 사회적 비용은 1만5천200원에 달한다. ◇"소주세금 올려야" 장 교수의 주제발표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절대 음주량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음주로 인한 피해가 큰 것은 고도주인 소주 중심의 소비 때문이다. 특히 증류주 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러시아, 태국, 슬로바키아 등에서 팔리는 토속주 가격이 다른 주종에 비해 3∼5배 저렴한 데 비해 우리나라의 소주는 위스키 가격에 비해 25배 이상 저렴한 게 원인이라는 게 장 교수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장 교수는 생수가격에 불과한 1천100원 수준에서 팔리고 있는 소주 등 중류주에 대한 주세율을 현행 72%에서 150%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