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 대 27%"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778조원. 1990년 187조원에 비해 316%나 증가했다.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9일 1,152.50으로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지만 1990년 1월초의 908.59에 비해서는 고작 27%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95조원에서 584조원(코스닥 포함)으로 515% 증가한 것과도 매우 대조적이다. 이처럼 경제규모는 분명 3배 넘게 커졌는데도 종합주가지수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증시의 성장정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대표지수로서 신뢰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1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990년 초 이후 15년간 종목별 종합주가지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주가가 상승한 우량종목들은 지수를 3,05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이에 반해 주가가 떨어진 부실종목들이 지수를 2,822포인트 떨어뜨림으로써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908에서 1,150선으로 올라서는데 그쳤다. 종목별 지수 기여도는 삼성전자가 850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SK텔레콤 140포인트, 국민은행 110포인트 등이다. 그러나 현대그룹과 대우그룹이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수를 350포인트와 310포인트 끌어내렸으며,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단자사 도산 영향으로 각각 180포인트, 120포인트씩 지수 하락이 초래됐다. 거래소는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5년간의 경제성장이나 증시의 성장정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종합주가지수가 우량종목뿐만 아니라 사양산업, 관리종목의 주가까지 포함해 산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지난 6월1일부터 산출되고 있는 KRX100 지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일 2,366.40으로 마감된 KRX100 지수를 1990년 1월초 시점으로 산정할 경우 512.78로 나타났다. 종합주가지수가 같은 기간 27% 가량 오른 반면 KRX100 지수는 무려 362%의 상승률을 기록, GDP 증가율과 비슷한 추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또 같은 기간의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상승률 280%와 영국 FTSE100지수 상승률 118%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를 전후한 지수 흐름을 보면 종합주가지수가 1995년초 1,013.57에서 1997년말 376.31로 무려 63% 급락한 반면 KRX100 지수는 같은 기간 664.81에서 507.25로 24% 하락하는데 그침으로써 KRX100 지수가 변동성이 훨씬 낮다는 점도 입증됐다. IT(정보기술) 거품의 해소 시기인 2000년초∼2001년말 사이에도 종합주가지수가 1,059.04에서 693.70으로 34% 하락한데 비해 KRX100 지수는 1,636.59에서 1,345.32로 18% 떨어지는데 그쳤다. 반면 2002년초(종합주가지수 724.95, KRX100지수 1,407.08) 이후 현재까지 증시 안정기에는 종합주가지수가 59% 상승한 가운데 KRX100 지수는 68%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거래소 관계자는 "KRX100 지수에 대한 시계열 분석결과, KRX100 지수가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증시의 성장정도를 더 잘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KRX100 지수와 연계된 파생상품 개발 등 KRX100 지수를 대표지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KRX100 지수는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큰 종목중 자기자본 이익률, 유보율, 부채비율이 우량한 100개 종목(유가증권시장 87개, 코스닥시장 13개)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