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에 감정을 싣는 보통영화와 달리 이번에는 감정에 액션을 실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액션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의미죠.남순이 자객 '슬픈 눈'(강동원)을 찌르는 동작에는 에로틱한 정서가 깔려 있어요. 마치 여자가 남자 앞에서 단추를 풀어 헤치거나 상대를 껴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키스신과 베드신이 칼싸움으로 표현된 셈이지요." '형사-듀얼리스트'(감독 이명세·8일 개봉)에서 주인공 남순역을 맡은 하지원(26)은 자신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영화에서 남순은 자객을 잡아야 하는 포교지만 자객을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의 목숨을 건 칼싸움도 흡사 연인들이 추는 사랑의 2인무처럼 그려진다. "'다모'에선 '와호장룡''동방불패'같은 무협영화들을 참고했지만 이번엔 색다른 액션연기여서 참고할 만한 영화가 없더라구요. 칼싸움을 무용처럼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탱고 장면이 나오는 영화들을 찾아보고 무용가로부터 자세 교정도 받았지요." 방송드라마 '다모'와 이 영화는 모두 방학기씨의 동일 만화가 원작이지만 캐릭터와 몸동작은 판이하다. '다모'의 액션이 전통적인 여성들의 부드럽고 예쁜 곡선에 치중했다면 '형사…'에서는 몸놀림이 훨씬 격렬하다. "남순은 속내를 숨김없이 뱉어내는 다혈질 선머슴 같아요. 걸음걸이에도 힘이 느껴져야 했거든요. 그래서 거리에서 남자들의 걷는 자세를 보고 연구했습니다." 극중의 남순은 8자걸음을 걷는다. 이 모양을 흉내내기 위해 안무가의 지도에 따라 어깨근육을 안쪽으로 말아 올리는 연습을 수없이 했다. 이 동작이 몸에 배니까 목이 (남자처럼) 자연스럽게 앞으로 당겨졌고 걸음걸이도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몸매를 드러내야 했기 때문에 가슴에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았다. '색즉시공''내사랑 싸가지''신부수업' 등 코미디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그에게 이 작품은 첫 액션영화다. 많이 연구하고 애쓴 덕분인지 연기력이 또 한번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칼싸움 연기 도중 각목에 맞았을 때도 참고 버티다가 감독님의 '컷' 사인이 나온 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어요. 그래도 액션연기는 매력적이에요. 코미디연기가 더 힘들어요. 촬영 기간 내내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살아야 하니까요."글=유재혁 사진=허문찬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