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의 자사주 보유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주당순이익(EPS)이나 주가수익비율(PER) 등 투자지표 분석에서 자사주 물량분을 감안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의 회계원칙에서 자사주 가치는 자기자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물량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EPS는 종전보다 평균 5%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곤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4일 "상장사들의 자사주 보유 규모가 전체 시가총액의 6%에 육박할 만큼 급증하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아직도 PER나 EPS 등 주가지표 분석에서 자사주를 감안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기업 회계원칙상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거래소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규모는 30조5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5.6%를 차지한다.


김 센터장은 "올 들어서도 자사주 매입규모는 3조2961억원으로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규모보다 더 많다"며 "개별 종목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을 분석할 때 자사주 가치분을 차감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 분석에 따르면 자사주 물량을 제외할 경우 상장사들의 EPS는 종전보다 평균 5% 이상 증가하는 반면 PER는 기존보다 5% 이상 내려가 상장사들의 주가 저평가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얘기하면 상장사들의 목표주가는 지금보다 최소 5% 이상씩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주 보유분(총발행주식수의 11.65%)을 감안하면 EPS가 4만7322원에서 5만3729원으로 올라가고,PER는 종전 11.6배에서 10.2배로 내려간다.


자사주 보유율이 18.08%로 높은 한진중공업의 경우 자사주를 감안하지 않을 경우 PER가 22.1배에 달하지만 가치분을 차감할 경우 18.1배로 크게 내려간다.


김 센터장은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보고서상 자사주를 감안해 자체 집계한 EPS와 증권사들이 제시한 EPS는 10% 이상 차이가 난다"며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투자지표 계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전체적으로 평균 자사주 보유비중이 5.6%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주가지수 목표치도 그만큼 높아져야 한다"며 동부증권의 경우 이를 감안,목표지수를 1286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