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세입자들의 전셋집 재계약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예년만 해도 이사철에는 전세 수요가 활발하게 일었지만 지금은 재계약한 후 그냥 눌러 살겠다는 세입자가 부쩍 늘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경기 침체를 첫째 요인으로 꼽았다. 장기 불황이 평형을 늘려 이사하려는 수요를 꺾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경기도 안 좋은데 이사비용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전셋집을 재계약하면 최소 수십 만원에 달하는 중개수수료 등 이사비용을 아낄 수 있다. 내 집을 마련해 이사를 가려던 세입자 중 상당수가 집값 급등으로 인해 주택 매입을 아예 포기하면서 재계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신림동의 조봉환씨(36)는 "셋방살이를 끝내려고 많이 돌아다녀 봤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출을 끼고라도 집을 장만하려던 세입자들은 주택 매입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느라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8·31 대책'의 영향으로 집값이 조만간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급하게 살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추모 대리(33)는 "올해 말 결혼에 앞서 집을 장만하려고 했는데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아 일단 전세 재계약을 맺었다"면서 "내년 하반기쯤 집을 사면 그때 가서 세입자를 구한 후 이사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세 재계약이 늘면서 중개업소들만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1~2개월 동안 매매계약서 한 장 써보지 못했는데,전세 거래까지 줄어 울상이다. 분당 정자동의 열린공인 관계자는 "요즘 들어 전셋집을 재계약하는 사례가 특히 많아지면서 전세 물건까지 귀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개업소는 물론 이삿짐센터 도배·장판업체 등까지 모두 줄도산 위기"라고 하소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