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 자금 중 1천141억원(1억1천554만달러)을 해외 유령회사에 숨겨두는 등 개인 용도로 횡령한 혐의가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또 김씨가 BFC의 개인 계좌인 KMC에 송금한 금액 중 4천430만달러는 이 돈의 행방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재미사업가 조풍언씨 등 주요 참고인의 해외체류로 정확한 사용내역을 조사하지 못한 채 내사중지 조치됐다. 대검 중수부는 2일 오후 김 전 회장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추가기소하면서 이같은 혐의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1983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BFC 자금으로 해외 페이퍼컴퍼니 지분을 인수하고 미술품을 구입했으며, 가족용 주택 등을 마련하는 등 모두 1억1천554만달러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 내역을 보면 김씨는 유령회사인 퍼시픽 인터내셔널에 대한 투자금 및 관리비 명목으로 4천771만달러를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는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경주 힐튼호텔, 선재미술관, 에이원골프장 등을 소유하고 있는 필코리아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김씨는 ㈜대우 미주법인의 자금 4천430만달러를 BFC를 통해 KMC인터내셔널에 임의로 송금해 대우정보시스템 주식과 대우통신TDX 사업 인수 계약금으로 전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김씨는 628만달러를 전시용 미술품 등 구입비로 지출하고, 해외 출국 후인 2000년 1월에는 전용비행기를 1천450만달러에 임의처분했으며 가족 주택구입 및 해외체류비로 273만달러를 쓰는 등 회사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가 미국 보스턴 소재 주택 1채와 프랑스 포도밭 59만5천922평, ㈜대우 홍콩법인의 페이퍼컴퍼니에 400만달러를 보유중인 사실도 확인, 필코리아 지분 90%, 선재미술관의 미술품 53점과 함께 예금보험공사 등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검찰은 김씨가 1996∼1998년 대우자동차를 통해 협력업체와 위장계열사 등에 251억원의 자금을 부당지원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와 16개의 위장계열사를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확인, 추가기소했다. 김씨가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이재명 전 민주당 의원, 최기선 전 인천시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등 모두 7억원을 제공한 혐의도 사법처리 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검찰은 1999년 10월 김씨가 돌연 출국하는 과정에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로부터 대우자동차 등 6개 계열사 경영권 보장과 함께 출국을 권유받았다고 말했음에도 이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이들에게 형사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결론냈다. 김씨가 대우그룹이 해체될 당시 대우그룹을 살리기 위해 정ㆍ관계 인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개인재산 횡령 외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거의 없어 미완의 수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김상희 기자 jbryoo@yna.co.kr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