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휘발유 가격에 대한 미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기름값 아까운줄 모르고 국내외를 누비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헤픈 나들이 행태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AP통신은 유가 폭등에 따라 백악관이 사용하는 기름값도 급격히 늘어나 납세자들의 부담을 무겁게 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나들이는 비행기를 타든 자동차로 움직이든 엄청난 양의 기름을 소모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대통령 전용 차량과 항공기에는 특수제작된 각종 보안장치와 통신장비 등이 부착돼 있어 일반 차량이나 항공기보다 기름을 훨씬 먹는다. 또 수행원과 경호원 등을 실은 수 십 대의 자동차가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기름값 쓰임새가 엄청나다는 것. 부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의 경우 2004 회계연도에 시간당 기름값이 3천974달러(약 4백8만원)였으나 올해는 6천29달러(약 619만원)으로 늘었다고 공군측은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애용하는 보잉 747-200B기나 2006년형 캐딜락 DTS 리무진 등도 백악관측이 정확한 기름값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정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나들이를 많이 하는 대통령 중 하나로 꼽힌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46개국 외유에 나섰고 버몬트와 로드 아일랜드를 제외한 미 전역의 모든 주를 방문했다. 올들어서도 사회보장계획 설명차 60일간 60개 도시를 종횡으로 누비는 등 국내외 여행 횟수가 73차례에 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휴가 중인 부시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만 머무르지 않고유타주 솔트 레이크시티와 아이다호주 등을 순방했다. 백악관측은 부시 대통령의 여행경비에 대한 논의를 사절했으며 치솟는 기름값이 전반적인 예산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AP는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밖 나들이를 줄이는 등 기름을 아끼려는 조치들을 취하면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럴 경우 국민적 사기나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