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인해 은행권에서 정기예금 등의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은행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틈타 주택담보대출을 급격히 늘렸다. 대출의 재원인 고객예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 은행들이 무슨 수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렸을까. 해답은 CD(양도성예금증서) 등과 같은 단기시장성 상품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7월중 은행의 정기예금은 3조2천억원이 감소했으며, 특히 만기 1년 이상의 정기예금은 무려 7조9천억원이나 이탈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12조원 가까이 늘렸다. 비교적 안정적인 대출재원인 정기예금이 계속 이탈하자 은행들은 단기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CD와 표지어음, RP(환매조건부채권) 등에 집중적으로 의존, 대출 자금을 조달했다. 1-7월중 은행이 CD와 RP, 표지어음 등 단기시장성 상품 판매 순증액은 19조3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단기시장성 수신증가액 9조6천억원의 배가 넘는 액수다. 특히 올해 1-7월중 CD 판매를 통해 조달한 자금만 13조2천억원에 달했다. 은행들이 정기예금의 이탈로 대출재원 조달이 어려워지자 CD의 수익률을 높여 시중의 단기부동자금을 대거 흡수한 것이다. 7월말 현재 은행의 총수신은 595조7천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18조원이 늘었는 데 같은 기간 단기시장성 수신 증가액이 19조3천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전적으로 단기시장성 수신에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이 단기시장성 수신을 통해 대출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따라 그에 대응한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기예금과 같은 장기 수신을 통해 대출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비해 단기시장성 수신은 자금운용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진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고금리 특판예금을 내놓아도 정기예금이 계속 이탈하는 상황에서는 단기시장성 수신 외에는 마땅한 대출 재원조달 수단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