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전세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대책의 골자가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 강화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과도한 세금을 물면서 집을 꼭 살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종합대책 발표에 이은 매매시장에서의 매수세 실종과 맞물려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값 상승 조짐 =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 상승은 강남, 목동, 분당, 용인 등 주거요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강북권의 전세시장도 비수기임에도 불구 오름세에 가세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불과 1,2주 사이에 전셋값은 수도권 대부분의 평형에서 1천만-1천500만원 가량 올라 거래되고 있다. 용인 구성읍 연원마을 성원아파트 49평형의 전세가격은 일주일전 1억1천만원에서 1천만원 오른 1억2천만원에 물건이 나오고 있으며 분당 서현동 시범삼성한신 63평형은 3억원으로 1천500만원이 뛰었다. 강남구 대치동 쌍용 31평형도 1천만원 오른 2억3천만-2억5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된 상태다. 도곡동 우성 4차 34평형은 2억3천만-2억4천만원으로 1천만-1천500만원이 상승했고 반포 경남 32평형도 한달만에 2천만원이 올랐다. 강남 중대형의 경우 상승폭은 더욱 커서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53평형의 전세가격은 두달전보다 5천만원 오른 7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삼성래미안 45평형의 전세매물도 4억5천만원으로 4천만원 뛰었다. 시세제공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최근 2주사이 0.1% 올랐는데 지난주의 경우 강북구(0.27%), 용산구(0.19%), 강동구(0.14%), 구로구(0.11%) 등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신도시는 평촌(0.4%), 분당(0.27%), 산본(0.1%) 등의 시세 주도로 지난주 0.21%의 변동률을 보였다. ◇시장 분위기...매매보다 전세 선호 = 반면 매매시장은 약세를 금치 못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쌍용 53평형은 2천500만원 내린 12억5천만원-14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으며 압구정동 구현대 6,7차는 1억원 하락한 22억-24억원에 팔겠다는 매도자가 있지만 매수문의는 완전히 끊겼다. 분당과 용인에서도 이달초보다 500만-1천만원 싸게 매물을 내놓겠다는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114의 시세 조사 결과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0.02% 내려 3주만에 하락 반전했고 강남구(-0.2%), 강동구(-0.08%), 성북구(-0.02%), 송파구(-0.01%) 등 강남권은 내림세가 지속됐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는 실거래가 과세시기를 앞당기고 1가구2주택에 대해 최고 60%까지 양도세율을 높이겠다는 부동산 종합대책의 여파로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심리가 점차 확산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또 5,6월 단기급등에 따른 경계심리도 한몫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의 삼성공인 관계자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의 발길은 뚝 끊어진 반면 전세를 찾는 문의는 하루에 1,2건씩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6억원으로 낮추고 보유세를 현실화한다는 소식에 세금부담을 위해 자기 집을 월세로 내놓고 주변 아파트나 빌라를 전세나 월세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압구정동 유니에셋공인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6억원으로 낮춘다는 소식에 집을 월세로 놓고 싼 전세를 구해달라는 집주인들의 요청이 간간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 = 정부조차 오는 31일 종합대책 발표이후 전세가격 상승을 염려하는 눈치다. 건설교통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장흐름을 지켜봐야겠지만 내집마련 시기를 늦추면서 주거여건이 좋은 지역에 전세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아직 주택공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강도높은 세제는 전세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는데 정부대책은 공급확대보다 아파트와 토지시장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며 "보유세를 지나치게 강화할 때 생길 수 있는 전셋값 폭등 사태가 올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