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들이 법인.단체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기부받고도 되돌려주거나 국고에 귀속시킬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비록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불법정치자금임이 일단 확인됐다면 이를 정치자금으로 그냥 써버리는 것은 정치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불법정치자금 꿀꺽 사례'에는 각 당 지도부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법인과 단체자금이 정치권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총액은 1억6천800여만원이며, 전체 의원 299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그 수혜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정치인들은 법인.단체의 자금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자금으로 제공될 때는 대부분 개인 명의로 후원회 계좌로 입금되기 때문에 법인.단체의 자금인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현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하지만 버젓이 법인 또는 단체의 명의로 입금돼 법에 저촉되는 자금임을 금방 알 수 있는 경우에도 그대로 이를 수수하는 것은 물론 뒤늦게 불법정치자금으로 드러나도 대부분의 경우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급 인사인 A의원 후원회는 작년 4월12일 부인의 모교 동창회 명의로 100만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선관위 실사 결과 드러나 `경고'조치를 받았다. 같은 당 지도급 인사인 B의원 후원회도 작년 4월 C전문대(100만원), S약품(10만원)에서 총 110만원을 법인 명의로 입금받았으나 "실제자금의 출처는 개인 것으로 확인돼 그대로 뒀다"고 해명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선관위에 따르면 두 의원 후원회는 선관위 실사가 끝날 때까지 문제의 정치자금을 기부자에게 돌려주거나 국고에 귀속시키는 등의 조치는 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지도급 인사인 C의원 후원회도 물류회사인 D사로부터 작년 4월 개인 명의로 300만원을 받았으나 최근 언론보도에서 제공된 돈이 법인자금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금껏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정치자금법은 불법정치자금임이 확인될 경우 정치인은 이를 기부자에게 곧바로 돌려주거나 국고에 귀속시켜야 한다"면서 "하지만 법 시행 이전의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선 소급해서 이법규정을 적용할 수 없으며 정치인 양심의 문제로 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