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가상승, 실물경제가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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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 < 고려대 교수ㆍ경영학 >
우리나라 증시가 곧 사상최고치(마감가 기준 1138)를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증권전문가들은 과거 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했을 때와는 상황과 여건이 많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나라 증시의 패러다임이 변화했기 때문에 이번은 주가지수1000이 소위 말하는 꼭지가 아니라 대세상승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주가지수 1000의 돌파는 곧 시장이 하락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증시가 5차례나 주가지수 500에서 1100 사이를 왕복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우리 증시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까? 증시 패러다임 변화에 의한 지속적 상승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다음을 들고 있다. 첫째, 이번에는 1999년과 비교해 우리 기업의 수익성이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 연간 순이익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이 11곳이나 되며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3배나 증가했다. 둘째, 우리나라도 이제 적립식펀드 위주의 간접투자시대로 들어서고 있으며 그 결과 투자의 기관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매달 약 5000억원가량의 자금이 간접투자펀드로 유입되고 있으며 간접투자 계좌수가 직접투자 계좌수보다 많아졌다. 셋째, 한국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향상됐다. 기업들이 주주중시경영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거들은 어느 정도의 설명력은 지닌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의한 지속적 주가상승 주장의 논거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동반상승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4~5년 만에 최고 지수대에 도달하고 있는 사실은 현재의 주가상승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상은 저금리에 기초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전 세계 시장을 동시에 밀어올리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상승도 상당부분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의 주가상승이 실물경제와 너무나 큰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주가지수 1000의 달콤함에 취해 있을 때 유가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또한 과거 세 차례 주가가 1000을 돌파했을 때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9%에 달하는 호황국면이었지만 올해는 4%대의 성장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경제를 받쳐오던 수출도 둔화조짐이 완연하며 소비심리도 별반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2003년 이후 3년째 부진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들은 약 70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설비투자에 주저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성장잠재력 약화와 성장동력의 상실로 직결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쟁국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스닥시장은 소위 테마주들에 의한 묻지마 투자 열풍에 의해 올라가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가 나온 이후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라는 세 글자만 달면 기업의 실적이나 연구역량과는 상관없이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놓고 판단해 볼 때 주가상승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승한 우리 증시는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때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주가지수 1000의 의미를 냉철히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