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起澤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지난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를 3.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년 6개월 만에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일부에선 자본유출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선 시장금리는 아직도 우리가 1%포인트 가까이 높기 때문에 그럴 우려는 없다고 한다. 또한 지난 번 역전현상이 나타났던 2000년에 자본유출이 거의 없었던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2000년에는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두 자리수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가 가파르게 회복되던 기간이다. 그러나 지금은 3년째 경제성장률이 5%에도 못 미치는 침체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경기침체 상황에서 콜금리를 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FRB는 인플레이션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내년 초엔 5%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시중금리까지도 역전될 수 있고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 통화당국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악화를 염려해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지만,그렇다고 금리역전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언제까지 방관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로 지난주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회복이 본궤도에 진입하면 지체 없이 통화정책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소비자기대지수(CSI),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각종 경제심리지표는 호전될 기미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자체 점검결과 7월 이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주요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 같은 한은의 희망섞인 전망은 우리 경제가 경기회복을 위해 머뭇거릴 시간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릴 경우 우리도 언제까지 금리를 묶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갈 길이 바쁜 우리 경제는 올들어 50%나 상승한 고유가라는 복병을 만났다. 그 동안 원화절상에 힘입어 국내 유류가격 상승은 크지 않았고 소비자 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3% 이내에서 안정됐다. 그러나 최근 원유도입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환율이 안정되자,국내 유류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한편 원화 평가절상으로 악화된 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은 유가인상에 따른 생산비 증가로 더욱 곤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증가율은 더욱 둔화되고 교역조건 악화로 수입액은 증가해 무역수지도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수출산업 위주로 조금씩 증가하던 기업의 설비투자도 수출약세로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기회복을 위한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이는 GDP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과거 2년간 감소하던 민간소비지출은 올 1.4분기 들어 1.4% 증가했다. 그러나 그 구성을 보면, 해외소비증가율이 국내소비증가율을 크게 앞서고 있다. 작년 한 해 120억달러에 달했던 해외소비는 올 1.4 분기에만 45억달러나 된다. 이는 국내 서비스산업이 낙후돼 소득수준 향상으로 고급화된 서비스수요를 국내에선 합리적 가격으로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GDP 중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의 경우 55.5%로 선진국의 70%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수입대체산업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 동안 제조업에 비해 금융,세제,토지이용 등 여러 분야에서 불리한 규제를 받아오던 서비스산업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비스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서비스산업도 제조업 못지않게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구체적인 육성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