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력 보유 및 교전포기의 정신이 담긴 일본 평화헌법 9조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으로 재판받고 복역 중 병사한 당시 이탈리아 주재 일본대사가 첫 제안했음을 보여주는 편지가 발견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는 일본국헌법을 평화헌법으로 자리매김시킨 9조의 제안 주체가 미국이 아니라 일본쪽임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도쿄전범재판 기록을 뒤져 찾아낸 편지는 1945년 12월10일자로 당시 시라토리 도시오(白鳥敏夫) 주이탈리아 대사가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吉田茂) 외상을 통해 시데하라 기주로(幣原喜重郞) 총리 앞으로 보낸 것이다. 시라토리 대사는 외무성에서 군부가 가까왔던 관료로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의 3국동맹을 추진했으며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A급 전범으로 종신금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숨졌다. 영문으로 쓰인 편지는 시라토리 주이탈리아 대사가 전범으로 지목받아 구치소에서 쓴 것으로 "장래 이 국민을 다시 전쟁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천황의 확약, 어떤 사태와 정부 아래서도 국민은 병역에 복무하는 것을 거부할 권리, 국가자원의 어떤 부분도 군사목적에 충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신일본근본법전의 초석이 돼야한다"며 "헌법사상 완전한 신기원을 이뤄내는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천황에 관한 조항과 전쟁포기 조항을 밀접하게 연결시켜 헌법의 이 부분을 앞으로도 수정할 수 없도록 해 국민들에게 항구적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전쟁포기를 일본국헌법에 넣은 구상은 1946년 1월24일 당시 맥아더 사령관과 시데하라 총리와의 회담에서 최초로 공식화됐다. 그러나 그같은 구상이 미국과 일본 어느 쪽의 제안인지를 놓고 주장이 엇갈렸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