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가열되고 있는 정치권 비리 스캔들의 파장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향해 옮겨가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이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인용, 13일 보도했다. NYT는 이날 브라질 정치광고회사 관계자의 의회 증언을 통해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불법 선거자금이 룰라 후보 캠프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권 비리 스캔들의 초점이 점차 룰라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광고회사 관계자는 최근 의회 국정조사위원회에 출석해 2002년 대선 유세기간에 집권 노동자당(PT)의 비밀계좌로 300여만달러가 입금됐다고 증언했다. NYT는 이같은 증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최악의 경우 PT의 정당등록이 취소되거나 정당활동이 중지될 수 있으며, 따라서 룰라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사실상 무소속 신분으로 출마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룰라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사과성명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저질러진 정부와 PT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으나 야권은 물론 PT 내부에서도 사과성명 내용에 대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어 어느 정도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일부 야당이 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발의를 검토하기 시작한데다 지난 대선에서 룰라 후보 지지를 조건으로 PT가 야당에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됨에 따라 의회 지도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탄핵 발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발데마르 코스타 네토 전 자유당(PL) 총재는 최근 "2002년 대선 당시 룰라 후보를 지지해주는 조건으로 PT로부터 400여만달러의 불법자금이 PL에 제공됐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세베리노 카발칸티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자들은 "룰라 대통령이 불법자금 제공에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탄핵 발의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히고 있다. 신문은 이밖에도 룰라 대통령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내년 대선에서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소속 조제 세하 현 상파울루 시장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현지 언론에 보도된 것도 룰라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