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 축구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대한민국이 3년이 지난 2005년 여름 또 다시 축구 때문에 들끓고 있다. 3년 전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히딩크호' 때문에, 지금은 전혀 희망이 없는듯이 보이는 '본프레레호' 때문이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지난 7일 막을 내린 2005 동아시아연맹(EAFF)축구선수권대회에서 3경기 동안 단 1득점에 그치며 2무1패로 최하위를 기록하자 그 동안 꾸준히 일었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일본에 0-1로 패한 7일 밤 대한축구협회는 물론 몇몇 축구전문 사이트들은 정상적인 운영이 안 됐고, 8일 오전 현재 셀수 없이 많은 비난글들이 팬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번 대회를 마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체적으로 지도자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다. 한국 대표팀의 현 주소와 독일로 가는 길에서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며 "선수 선발 과정에서 나중에 실수를 범하기보다는 지금 그런 실수가 생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축구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략 및 전술 부재, 선수 장악 능력 부족 등 본프레레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며 2006 독일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하루빨리 내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난의 화살은 본프레레 감독에게만 그치지 않고 감독을 선발한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까지도 날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단 축구협회는 사정상 감독의 신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다. 강신우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협회는 감독 교체를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며 "지금은 감독을 교체하기보다 더 잘할 수 있게 서포트하고 대화로서 더욱 팀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술위원회는 또 최근 본프레레 감독이 공석 중인 수석코치의 선임을 요청해 온 만큼 코칭스태프 구성을 포함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협회도 이에 대해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노흥섭 협회 전무는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관계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고심의 일단을 드러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부천SK 감독은 "감독 경질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나중에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라고 안타까워 하며 "대안이 없다면 협회와 코칭스태프가 속내를 터 놓고 총체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