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 증권부 차장 > 증시가 10여년 만에 1100선을 넘어서 상승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조만간 지난 94년 11월8일 찍었던 역사적 고점(1138.75포인트)을 넘어설 분위기다. 지난 89년 이후 얼어붙었던 부동산이 10여년 만에 폭등세를 연출한 것처럼,주식시장도 10여년 만에 대시세를 낼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객장의 분위기는 94년과는 달리 한산한 편이다. 이유가 뭘까? 바로 적립식투자로 대표되는 간접투자붐 때문이다. 주식형펀드 잔액은 지난달 28일 현재 13조6000억원으로 올들어 5조1000억원가량이 늘었다. 월평균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간접투자계좌수도 6월 말 687만개로 직접투자계좌수(675만개)를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대신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다는 얘기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던 이헌재씨와 진념씨가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것처럼 경제는 '심리전'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증시 향방은 가름된다.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보다 많다면 증시 그래프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게 마련이다. 주식형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바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사실 간접투자는 '바이 코리아' 열풍이 불었던 1998년에 더 성행했었다. 당시 간접투자계좌수는 1011만개를 넘어 직접투자계좌수보다 무려 2.6배나 많았다. 그랬던 게 IT(정보기술) 버블이 꺼지면서 2003년엔 364만개로 줄어들었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요즘의 적립식투자붐도 '바이 코리아'때처럼 '거품'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1998년과 2005년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 이유는 바로 '기업의 체질'에 있다. 흔히들 주가를 결정하는 3가지 근본요소(3재:천.지.인)로 기업실적(天) 수급(地) 인간의 심리(人)를 든다. 이가운데 기업실적은 수급과 심리를 좌우하는 주가의 '하늘'로 통한다. '바이 코리아'때는 간판기업이랄 수 있는 삼성전자조차 적자로 돌아서 언제 쓰러질지 모를 상황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를 비롯 포스코 현대차 등 연간 순이익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이 11곳이나 된다. 이들은 인텔이나 신일본제철 도요타 등과 당당히 세계시장에서 나란히 어깨를 겨룬다. 경영투명성 주주중시경영 기술개발 등에 노력해온 결과다. 결국 '튼튼한 기업'이 증시로 돈이 몰리게 하고,간접투자 문화를 확산시키는 근본 힘인 것이다. 저금리 시대엔 '기업 성장=개인 부의 축적'이란 등식이 성립한다. 기업이 크고 순이익을 많이 내면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배당수입을 얻을 수 있고 주가가 올라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라) 살림에 힘쓴 결과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 연정을 결심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은 올바르지 않다. 주가상승의 최대 공로자는 정치권이 아니라 기업들이다. 증시가 꾸준히 오를 수 있게 만드는 길은 한가지뿐이다. 바로 출자총액제한제 등 기업들의 투자와 자유로운 경영을 가로막는 제도를 없애고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는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