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안기부 X 파일' 수사와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했지만 알맹이는 다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정원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이날 정보위 개최 자체부터 미온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애초부터 별반 기대할 게 없었던 현안보고였다는 평가도 있다. 국정원의 이 같은 미온적 태도는 공운영 전 미림팀장으로부터 불법 도청테이프와 자료를 모두 압수, 소각했다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지난 달 27일 그의 집과 사무실에서 다시 무려 274개의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이 발견된 것이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안보고를 며칠 앞두고 국정원 조사의 신뢰도에 적지않은 흠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정보위에서 검찰이 압수한 274개의 테이프와 소각한 테이프가 동일한 것인 지, 그리고 다른 불법 도청테이프가 있는 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림팀의 재구성 경위와 배경, 그리고 보고라인 등에 대해서도 사실상 함구했다. 그는 "오정소 전 1차장 등 전직 핵심인사들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실관계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신속한 조사 진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정보업무 자체가 비밀유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당사자가 아니면 실태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안으면' 조사는 답보상태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국정원은 조사 결과 발표 시기와 발표 방법에 대해서도 현재 확실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2일 "이르면 이번 주말 께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조사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정보위 현안 보고를 감안하면 국정원의 조사가 빠른 시일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만일 빠른 시일내에 발표된다면 알맹이 없는 공허한 발표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는 우선 1994년 미림팀 재구성을 지시한 인물과 보고라인 등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조사 결과를 수긍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이 부분은 핵심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전모 파악이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 전 실장을 비롯한 전직 핵심인사들이 `업무로 취득한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국정원 수칙을 엄격히 준수한다면 전모 파악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국정원이 미림팀과 관련한 조사대상이라고 밝힌 43명 가운데 현직이 18명이라는 점이 그나마 조사 결과에 기대를 걸게 하는 부분이지만 이들의 입에서 어느 정도 `알맹이 있는' 진술이 나올 것 인지는 불분명하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직 관련자 18명에 대한 조사 결과, 혐의가 명백히 드러나면 사법처리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의 시효인 7년이 이미 지났고 `시켜서 한 일을 따라서 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도구이론도 적용될 수가 있다"면서 사실상 사법처리 대상은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직 관련자들이 단순 통비법 위반 혐의자로, 미림팀의 활동 내역을 확인하는 데는 유효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검찰의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비록 안기부 시절 사건이라고는 하지만 국정원의 `제살 깍을 각오를 바탕으로 한' 조사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