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철 < 숭실대 교수·일본학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남북관계에도 급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자회담 재개에 따른 북핵문제의 해결 가능성과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 개통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주변정세 변화 움직임은 한반도가 지닌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동북아의 물류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가령 당초 합의한 대로 남북한이 오는 10월에 경의선과 동해선을 복원해 한반도종단철도(TKR)와 도로가 개통된다면,이는 각종 협력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함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아시아하이웨이(AH)로 각각 연결돼 한반도가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물류중심 기지로 거듭나는 데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이 동북아 차원의 경제통합을 주도하고 세계 물류의 중심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접국이며 경제대국인 일본과의 지리적 근접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 문제해결의 중심에는 상호간 신뢰구축과 해저터널 건설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논의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국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가 된다. 지금까지 해저터널 건설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자세는 극히 소극적이었으며, 일부 전문가에 의해 논의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음이 사실이다. 물론 참여정부는 출범 이래 '물류중심 국가 구축'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내각 차원에서 '국가물류체계 개선대책'을 확정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물류현장에서는 물류 중심국가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한국이 반도로서의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발휘해 동북아 물류 및 공동체 구축에서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해선 종래의 선박,비행기에 의한 수송 수단과 함께 한반도를 거점으로 하는 글로벌 철도망의 구축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항만을 통한 선박 운송과 공항 시설을 통한 항공 운송,그리고 철도를 통한 화물 운송은 각기 교통수단으로서 장점과 단점,상호 보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과 공항을 통한 물류시스템은 글로벌 경쟁상태 하에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며,내수 시장의 협소와 노동의 경직성,특히 경쟁국인 중국의 약진에 의해 이들 산업부문의 성장은 이미 한계상태에 와있다. 따라서 항만 및 항공 수송을 보완하고 한국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보다 획기적인 기간 수송 수단 및 복합 물류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한 단계라 하겠다. 다시 말해 고속철 중심의 기간철도망 구축과 한ㆍ일 해저터널 건설은 향후 동북아 및 유라시아 차원의 교통 인프라 및 복합물류망 구축에 있어 중핵적인 해결과제라는 것이다. 한국이 유리한 물류관련 비용과 지역적 중심성과 연계성을 살리고, 세계적인 항만 시설을 갖추고 있는 부산항과 광양항을 광역 복합물류단지로 육성시킨다면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주요 추진전략인 '가교(架橋)국가,거점(據點)국가,협력(協力)국가'의 역할을 실현하고, 한국이 그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대국인 일본과의 인간,상품,서비스,자본 등의 원활한 이동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한ㆍ일 간의 해저터널 건설은 동북아 물류거점 국가 구축이 단지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기 위한 전략적 이슈로 검토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해저터널 건설 논의는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FTA 논의에 탄력성을 부여하고,경제논리로 풀 수 없는 양국의 국가 리스크를 분산하고 보완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