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나이.그래서 그는 단순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는 만족을 못한다." 종목을 뛰어넘어 세계 스포츠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통하는 미국인 랜스 암스트롱(34)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또 한번 일을 냈다. 지옥의 레이스,인간한계의 시험장이라고 하는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대회에서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세계 매스컴은 야단이 났다. 앞으로 좀체 깨질 것 같지 않은 대기록도 그렇지만,그 속내에는 인간투혼에 대한 진한 감동이 배어 있다. 생존 가능성이 50%도 안되는 고환암에 걸려 폐와 뇌까지 전이된 암세포를 1년 반만에 이겨내고,상상키 어려운 피나는 훈련으로 1999년 첫 우승컵을 거머쥔 것을 비롯 무려 7번을 내리 우승했으니 이 같은 암스트롱의 초인적 의지에 너나 없이 숙연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암을 극복한 도전적인 삶은 투르 드 프랑스 5연패 후 출간된 'Every Second Counts'(우리말 번역 '1%의 희망')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순간순간을 전심전력하며 살아가는 그의 숨소리가 행간에서 전해오는 듯하다. "또 하루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활기차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하루를 살아간다." "해발 2000m를 웃도는 알프스와 피레네산맥을 달리고,섭씨 35도가 넘는 폭염과 장대비 속을 달릴 수 있는 것도 투병경험에서 얻은 희생의 대가다." 암스트롱이 자신과 같은 처지의 환자들을 돕는 재단의 이름을 'Live Strong'(강하게 살아라)이라고 명명한 것도,힘들수록 더욱 굳세어져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반영한 것일 게다. 암스트롱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앞으로 자신은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방송인으로서 또 하나의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마따나 절대 후회없는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절망과 실패를 '의지' 하나로 견디며 살아온 암스트롱이기에 그의 신화가 다시 어떻게 쓰여질지 몹시 기다려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