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군인들은 맷돼지가 나타나자 싸움을 멈추고 힘을 합쳐 때려 잡는다.


그들은 이후 군복을 벗고 평복으로 갈아 입는다.화합을 상징하는 이 장면을 계기로 등장인물들은 주민들에게 서서히 동화돼 간다.


전쟁코미디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 에서 맷돼지 출몰 장면은 마구 날뛰는 맷돼지와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슬로모션으로 촬영해 재치있게 연결(편집)함으로써 흡사 애니매이션 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사실감은 떨어지지만 긴장감과 희극적 분위기는 고스란히 살아난다.


전쟁 영화이지만 사실적인 액션보다는 전쟁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 중 남북한 군인들이 우여곡절 끝에 산골 마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비극을 희극으로 제시하는 상황 설정이 탁월하다.


전쟁이 일어난 줄 모르는 마을 사람들과 그들을 상대로 과잉 대응하는 군인들의 대조적인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다.


축제에 한창인 마을 주민들과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비장감에 가득한 미군의 모습이 번갈아 등장하는 장면은 전쟁의 어리석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전쟁은 사람들을 적과 동지로 갈라 놓는다.


반면 동막골 주민들의 인정은 분열을 하나로 합쳐주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의 배경은 한국전쟁이지만 요즘의 시대 상황이 반영돼 있다.


최근 밝혀진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과 남북 화해 기운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SF영화 '천군'에서처럼 이 작품 속 남북한 군인들이 합세해 외국군에 대항하는 장면은 냉전 체제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여기에는 남북한은 동지이며 강대국의 희생양이란 시각이 담겨 있다.


모든 등장인물 중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강혜정이 맡은 '미친 여인' 여일이다.


그녀가 낙오병들 앞에 갑자기 등장할 때 무거운 긴장감은 일시에 희극으로 반전된다.


그녀가 화면에 모습을 비치는 한 이 작품은 코미디이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과 함께 비극이 된다.


8월4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