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대표적인 디지털 기기로 각광받는 MP3플레이어.


국내시장에서 부동의 1위는 '아이리버(iRiver)'브랜드의 레인콤(대표 양덕준)이다.


불과 2~3개월 새에도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회사설립 6년 만에 매출 4000억원대의 코스닥업체로 변신한 레인콤에는 어떤 인재들이 입사하는 걸까.


'젊고(young) 스피디(speedy)'한 이 회사의 신입사원 2명을 만나봤다.


지난해 9월 입사한 강태광씨(25).


멋스럽게 기른 수염과 적당히 휘날린 머리카락, 힙합보이를 연상시키는 헐렁한 청바지 차림이 한 눈에 보기에도 자유롭다.


사장단과 이사급이 참석한 최종 입사면접에서도 강씨의 복장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단다.


보수적인 회사라면 그의 수염만으로도 당장 불합격시킬 판.


하지만 레인콤의 면접관들은 신경쓰지 않았다고 강씨는 전했다.


그는 제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99학번) 출신이다.


대학서 제품디자인을 공부한 그가 하필 이 회사를 지원한 동기는 뭘까.


"디자인을 공부하면 삼성 LG 등 대기업의 디자인연구소나 몇몇 휴대폰 제조업체, 디자인전문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라고들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에 뜬 레인콤 채용공고를 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데 매력을 느껴 지원했습니다."


1차 서류전형에서는 간단한 이력서와 회사에서 요구한 과제물을 제출했다.


과제는 '아이리버의 마케팅 방안기획','미래의 디지털 컨버전스','유비쿼터스 환경에서의 MP3플레이어','나의 꿈' 등 몇 가지 주어진 주제 중 하나를 골라 자유롭게 발표자료를 만드는 것.


지난해 6월말 최종 면접을 통과한 후에는 두달동안 인턴기간을 거쳤다.


강씨는 "이 기간 시중에 나온 모든 MP3플레이어의 성능 비교표 등을 만들면서 재미있게 보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인턴기간이 끝나가던 8월말 경영진 앞에서 가졌던 팀 프레젠테이션이다.


전체 인턴직원 20명이 3~4명씩 팀을 이뤄 '신사업 기획서'를 발표했다.


강씨팀의 주제는 '전자앨범'으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벽에 설치된 액자형 앨범(LCD장착)에 전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돌이켜보면 어설프고 사업성이 별로 없는 아이템이었지만 다른 팀들의 발표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신선한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올 1월에 입사한 성주희씨(25)는 연구소내 연구2그룹 N프로젝트팀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다.


충북과학고, 충북대 전자시스템공학과 학사, 포항공대 전자과 석사과정을 거친 이공계엘리트다.


그는 입사지원서에 성적(학점)이나 영어점수를 기재한 기억이 없다.


회사에서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자율선택 과제로 자신의 석사논문을 요약해서 제출했다.


성씨는 "전공이 음성신호처리여서 여러 사람의 음성을 동시에 녹음한 후 이를 분리해내는 하드웨어를 개발했었다"며 "2차 임원급 면접에서 이 내용을 5분 정도 발표했다"고 말했다.


성씨는 인턴기간 없이 입사하자마자 바로 상반기 신제품 연구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평균 퇴근시간이 오전 1~2시를 넘기기 일쑤.


그는 "중소기업 특유의 빠른 역동성과 실질적인 현장경험을 쌓고 있다"며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보다 업무는 많을지 몰라도 벌써 내 손을 거친 제품이 양산이 되고 있어 회사의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동료들은 성씨가 SK LG 등 대기업 계열사와 정부산하 연구기관에도 최종 합격했지만 레인콤을 택했다고 귀띔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