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한지 1주일이 지난 14일 정오(현지시간) 의사당 시계탑인 빅벤의 타종에 맞춰 2분동안 테러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이 시작되면서 영국 전역이 침묵 속에 잠겼다. 직장인들은 묵묵히 사무실에서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건설현장 노동자들도 작업을 중단한 채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였다. 트라팔가 광장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의사당 밖에도 추모객들이 운집한 가운데 차량들도 잠시 운행을 멈추고 묵념에 동참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버킹엄 궁전 밖에서 묵념했고 수훈 경찰관들을 위한 환영오찬을 주최하고 있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총리 관저 뜰에서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상,하원 의원들도 정쟁을 멈추고 묵념했다.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은 테러 피해가 가장 컸던 킹스크로스 역 밖에 마련된 추모구역에 화환을 놓았다. 영국 텔레비전 방송들도 이 시간동안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부상한 시민들이 도망치는 모습 등 지난 7일 테러현장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방영했다. 영국 외에도 유럽 전체가 이날 희생자 추모 묵념에 참여했다. 사건 초기의 예상과 달리 1주일이 채 못돼 테러 혐의자들의 신원이 밝혀지고 경찰은 대대적인 범인 수색 및 체포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런던 경찰청은 테러범 수사에 협조를 부탁하는 전단을 시민들에게 배포했으며 용의자들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리즈에서는 경찰이 용의자 집에 대한 수색에 나섰다. 이슬람청소년 센터가 있는 리즈의 비스톤에서는 군 폭발물 제거반이 이날 반 블럭을 차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경찰관은 용의자들을 아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 도시의 모든 블록을 수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경찰이 폭발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탄계 영국인 3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BPA통신은 경찰소식통을 인용, 넷째 용의자의 신원도 확보했다고 전했으나 이름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일간 타임스는 익명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 경찰이 최근 리즈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쳤던 아시 알-마샤르(33)라는 이집트계 학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리즈에서 수색대상인 집들 중 한 곳이 알-마샤르가 세들어 살던 곳으로 추정된다며 이웃들은 알-마샤르가 최근 비자문제로 영국을 떠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데일리텔레그래프는 경찰이 테러 당일 아침 런던 북부 루턴역 승강장에서 다른 용의자 4명과 함께 서 있던 남자의 신원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브닝스탠더드는 13일 경찰이 폐쇄회로 테이프에서 사건 발생 20분 전에 킹스크로스에서 4명의 테러범 외에 제5의 인물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BBC도 이 사건에서 제5의 용의자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 영국 안보관리는 영국의 정보,보안 기구들이 용의자들의 출신지로 추정되는 파키스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테러 혐의자들이 모두 파키스탄계 영국인들로 밝혀지면서 영국에 거주하는 파키스탄인들을 위시한 이슬람계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자칫 인종 또는 종교갈등으로 번질 개연성이 커졌다. 미 정부 관리는 테러범 가운데 3명은 하시브 후세인, 세흐자드 탄위어, 모 하메드 사디크 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찰스 클라크 영국 내무장관은 범인들을 배후 조종한 더 큰 조직이 이번 테러에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으며 잭 스트로 외무장관 등 영국 고위 관리들은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알 카에다의 수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quarrier@y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