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상승 열기를 뿜어내며 1999∼2000년 활황 때의 고점을 5년반만에 돌파했다. 지난달 중순 3개월만에 1,0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고삐를 늦추지 않고 전고점마저 가볍게 뛰어넘었다. 바야흐로 주식시장은 1,000선 안착 여부를 넘어서 1994년 11월8일 기록한 역사적 고점(1,138.75) 돌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5년반만에 전고점 돌파 1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77포인트(1.12%)오른 1,061.93으로 마감했다. 이로써 지수는 환란 이후 정보기술(IT) 열풍에 주식시장이 한껏 달아올랐던 2000년 1월4일 기록했던 전고점(종가 1,059.04)을 5년반만에 돌파했다. 특히 지난 3월 1,000선을 회복한 뒤 곧바로 주저앉는 바람에 1,000선 안착의 희망이 요원해지는 듯 했으나 기간 조정을 거쳐 재차 탈환함으로써 지수 네자릿수 시대 도래의 희망을 낳고 있다. 나아가 내친김에 역사적 고점마저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장밋빛 전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국제유가 불안, 원/달러 환율 하락, 글로벌 및 국내 경기 둔화 우려 등 갖가지 불안요인이 거듭 부각되는 가운데서도 상승 흐름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지수는 1994년 11월8일에 기록한 역사적 고점(1,138.75)을 76포인트 가량 남겨둔 지점에 있다. ◆ 유동성 장세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데에는 유동성 환경과 하반기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투신, 보험,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의 수급기반이 뒷받침되고 있고 여기에 외국인이 매수세에 나서고 있다. 투신권에는 적립식펀드 인기 등에 힘입어 올들어 월평균 7천500억원 가량의 신규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주식편입 비중이 60% 이상인 주식형펀드 수탁고가 지난 주말 현재 13조640억원작년 연말 대비 4조5천억원이 증가했다. 연기금 자금도 주식시장의 든든한 원군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방안에 따르면 올해 신규 주식투자액은 1조4천억 수준으로 하반기 중 9천억 가량의 매수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보험도 변액보험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자산운용 차원에서 주식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올 하반기 투신.보험.국민연금 등이 신규로 주식시장에 투입 가능한 자금을 대략 6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여기에 지난 5월 모건스탠리지수(MSCI)내 대만비중 확대와 더불어 잠시 주춤하던 외국인 매수세가 이달 들어 가세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천450억원을 순매수, 매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풍부한 유동성은 국내 증시에 대한 재평가와 종목별 재평가를 동시에 이끌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턴-어라운드 하반기 기업 실적의 턴-어라운드 전망도 지수의 추가 상승 전망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상장기업의 이익 실적이 2.4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전분기대비 순이익 증가율이 1.4분기 +11.38%, 2.4분기 -5.25%, 3.4분기 20.23%, 4.4분기 -4.99%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내수경기 회복 지연과 수출 증가세 둔화 속에서도 하반기 기업실적 추정치가 상향조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대목도 긍정적인 증시 전망을 부추기고 있다. 대우증권은 유가증권시장의 현 주가수익비율(PER)은 향후 1년간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7.8배 수준이라며 2003년 이후 상한선은 8.0배, 그 이전에는 10.0배까지 오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의 전례를 보면 이익의 안정성, 주주중시 경영의 정착, 자본효율성의 개 선 등이 증시 재평가의 전제조건으로 나타났으며 한국 시장이 이미 2∼3년전부터 이런 전제조건들을 충족시켜왔기 때문에 재평가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3.4분기 이익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어 하반기 기업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돼 있다. ◆ 저성장.고유가.환율하락 발목 다만 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만한 불안요인도 간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식시장의 컨센서스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경기도 내수의 완만한 회복과 수출 경기의 완만한 둔화 속에서 점진적인 회복 국면을 거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낮추면서도 상반기에 3.0%, 하반기에 4.5%로 전망함으로써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을 예상했다. 그러나 각종 경기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내수 경기 회복이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데 보듯 내수 경기의 완만한 회복을 확신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또 지난 1.4분기 기업 실적에 직격탄을 날린 원/달러 환율하락도 최근 들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다시 세자릿수로 들어서며 주식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고공행진을 반복하며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로 인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재부각될 가능성도 높다. ◆ 역사적 고점 돌파 전망 우세 대다수 국내 증권사들은 지수가 1,100∼1,200까지 상승, 역사적 고점에 이르거나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중에 1,2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는 수준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수가 1,000선을 넘고도 거침없는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하반기 경기 회복과 이익 모멘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리스크 요인을 꼽는다면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미국의 금리정책의 변화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가 상승은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와 종목별 재평가가 함께 진행되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재평가 과정은 앞으로 2∼3년 정도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를 끝으로 당분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국내외 경기가 안정적으로 회복할 전망인 데다 미국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면 가격 변수 문제가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어서 지금 시장은 새로운 추세의 시작으로 여겨야 한다고 이 센터장은 강조했다. 그는 올해 지수 목표치를 1,200∼1,250선으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유가, 위안화 절상, 부동산 버블 문제 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그보다는 중국의 성장세 지속, 국내 IT 경기 반등, 미국 금리인상 종료 등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지수는 상반기보다 한 단계 레벨업될 것이며 최고 1,200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국투자증권은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