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 서.남해상에서 공군 전투기 F-4E와 F-5F가 잇달아 추락하는 아주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 사고 원인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배창식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조사위원회을 꾸려 조사에 돌입한 공군은 사고 원인과 관련, 그 어느 쪽에도 무게를 두지 않은 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사고원인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은 전투기 노후화 등을 포함한 기체결함과 조종사의 비행착시, 기상악화 등이 거론될 수 있다. 공군은 전투기 노후화와 관련, F-4E 팬텀기는 제작된지 35년 이상이 됐고, F-5F는 22년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공군은 "F-4E는 세계에서 6개국인 운용 중이지만 우리나가 항공기가 제일 오래됐다"고 말하면서도 "우수한 정비력을 갖고 운용 중"이라며 기체 결함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F-5F가 추락한 서해상에서 섬광을 목격했다는 주민제보가 있어 추락직전 전투기의 폭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군은 또 남해상에서 추락한 F-4E는 22년이 됐지만 세계적으로 운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들의 일시적인 비행 착시 가능성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2대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사고 직전 사고 발생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군은 사고 당시 F-4E 전투기 조종사는 공격목표를 식별한 후 첫 공격을 시도중이었으며 F-5F는 한 번의 모의공격을 끝내고 두 번째 공격에 돌입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군은 사고기 조종사들이 마지막 교신한 내용에는 "표적을 확인하고 공격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현재까지 조종사들이 특별한 징후를 발견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고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돌발변수' 가 생겼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군은 비행착각 가능성에 대해 "기상이나 조종사의 신체적 컨디션 등 여러 요인이 비행착각을 일으키지만 현 시점에서 어느 것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공군은 여기에 덧붙여 사고 전투기 조종사들은 편대장급 및 교관조종사로서 비행기량이 매우 우수한 조종사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고 발생 초기 기상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공군은 "남해상에서는 기상이 양호한 편이었고, 서해도 넓은 구름이 있었지만 표적확인에는 문제가 없다는 교신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기상과 사고원인 사이에 현재로서는 큰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야간 해상 근접지원임무 수행과정에서 낮은 고도로 인한 조종사의 비행착시 가능성도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군측은 8천피트 고도에서 목표물을 식별하고 4천피트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훈련이 진행됐다며 특별히 낮은 고도에서 훈련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공군은 현재 사고 전투기의 교신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와 여러 비행기록 등을 확보, 정밀한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전투기는 블랙박스가 없어 전투기 잔해를 일일이 수거해 분석해야 하는 만큼 사고원인 규명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