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제기하고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구체화한 연정론에 대해 당내 각 계파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각 계파는 당초 연정이 지역구도 타파라는 대의명분에 기반을 둔 단순한 `개념계획'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갖고 다소 느긋한 모습을 보였지만, 총리지명권을 야당에 이양할 수 있다는 `작전계획'까지 공개되자 일순 긴장된 모습으로 득실 계산에 뛰어든 분위기다. 일단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장관 등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일부 관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염두에 둔 연정 대상은 한나라당이라는 사실이 문 의장 기자회견으로 상당부분 확인됨에 따라 지금까지 예상됐던 차기 대권구도에 불투명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연정에 합의하고 참여정부의 마지막 2년간 총리를 맡을 경우 차기 대권구도가 상당히 복잡해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당내 일부 인사들은 연정이 성사될 경우 최소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상정하고 있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 장관과 가까운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성사가능성이 없는 연정을 들고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의 정책적 연정이라면 모르겠지만 정체성이 다른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면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정의 전제조건인 선거구제 개편논의가 내각제 개헌론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이 신경을 쓰고 있는 대목이다. 정 장관의 한 측근 의원은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은 오히려 여권 내부를 겨냥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이 대연정과 내각제라는 개념으로 차기 대권구도를 흔들어놓음으로써 레임덕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얻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물론 친노(親盧) 성향을 띠고 있는 인사들은 노 대통령의 연정발언에 적극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의정연구센터를 주도하고 있는 이광재(李光宰) 의원은 "문제를 제기한 본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이제는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비기는 정치를 하는게 중요하다"며 "특히 남북관계와 북핵문제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는게 중요한 만큼 연정 논의를 의미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