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 리서치인터내셔날 회장 yjpark@research-int.co.kr > 야구 중계방송을 듣다 보면 해설자가 "저 타자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 갔어요.저려면 오히려 헛스윙을 하지요"란 말을 자주 듣는다. 골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빼고,박고'란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스윙은 힘을 빼고,머리는 움직이지 말고 볼만 바라 보라는 얘기다. 그래서 어떤 아마추어 골퍼는 필드에서 항상 '빼고,박고'를 되뇌이며 걷는다고 한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잘 풀리는 일보다 꼬이는 일이 많게 마련이다. 어디 회사일뿐이랴.가정일,사회일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매일 생긴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잘 해결 하느냐가 결국 우리네 인생을 결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나에게 주어질 때 내 육체적 반응을 살펴보면 대개 어깨나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아마 내 생각,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스트레스로 긴장돼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화가 나서 밀어붙이는 식으로 내린 결정은 대개 결과가 좋지 않다. 마치 야구타자가 힘이 너무 들어가 헛스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신기한 일이다. 야구에서 힘을 주면 헛스윙하듯,살면서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지혜를 얻었다. 어려울 때 그 상황에 압도돼 무리한 결정을 빨리 내려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서로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힘을 빼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처리돼야 할 일이 지연되거나,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내놓을 때,내 선의를 상대가 악의로 해석할 때…. 이런 상황에서 힘을 빼고 물러선다는 것은 수도승같은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힘을 빼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음은 조물주가 우리 인간에게 심어놓은 프로그래밍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돌아가는 우리 정치·사회 상황을 보면 지도자들이 모두 힘을 빼고 정부와 기업,사회를 운영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개혁을 이루려는 뜻은 좋지만,내 소신을 내 방식대로 펼치겠다는 식의 생각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국민의 마음'이란 볼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는 어디에 힘이 들어가 있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