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순 < 포항공대 교수 > 미국의 혜성 충돌 우주탐사 프로젝트인 딥 임팩트가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서 혜성 충돌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혜성 충돌 프로젝트는 태양계의 탄생 초기 역사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지구의 미래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소행성 및 혜성의 충돌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지난 세기 말의 분위기에 편승해서 고조되었다. 1998년 3월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센터의 브라이언 마스던은 1997년에 발견한 폭 1.6km의 소행성이 2028년 10월26일 지구에서 4만8천km 이내까지 근접하면서 지구를 통과해나갈 것이라고 예언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예언된 소행성의 궤도는 6500만년 전 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공룡의 멸종에 한 원인을 제공했던 이래 가장 지구에 근접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딥 임팩트'와 같은 영화가 개봉되는 것과 때를 맞추어 이 예언은 언론으로부터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때 딥 임팩트 호의 혜성 충돌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기획되었다. 지구에 환경 재앙을 가져다 준 가장 최근의 혜성 충돌로는 1908년 6월30일 러시아의 중앙시베리아 퉁구스카강 유역에 발생한 거대한 폭발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에 시속 10만km로 지구에 돌진한 것으로 추정되는 혜성의 파편 영향으로 약 2000㎢의 소나무 숲이 파괴되었으며 주변이 황폐화되어 20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다. 다행히 폭발 지점은 사람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만약 이것이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졌다면 핵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더욱 최근인 1994년 7월에는 슈메이커 레비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면서 태양계의 행성과 혜성이 충돌하는 장면이 우리의 눈앞에 생생하게 목격되기도 했다. 딥 임팩트호 프로젝트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지 모른다는 세기말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추진되었지만,영화 속의 장면처럼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우주선을 혜성으로 발사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에 근접하는 것을 실제로 막으려고 한다면 영화 속의 장면처럼 전체 운동량 변화는 거의 없는 상태로 엄청난 에너지만 방출되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보다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부터 혜성에 작은 운동량의 변화를 주어 혜성의 운동 방향을 조금씩 수정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이번 혜성 충돌 실험이 지니는 보다 중요한 의미는 이것이 태양계의 생성 비밀이나 생명의 기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혜성은 행성과 충돌하면서 혜성에 포함된 많은 물과 먼지를 행성으로 옮겨놓기 때문에 지구상에 물이 존재하여 생명체를 부양하게 만드는 것을 해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자기나라 독립기념일에 혜성 충돌 프로젝트와 같이 값비싼 축제를 벌이는 이웃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부러움을 넘어 우리의 초라한 모습에 자괴감마저 든다. 사실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 및 천문 관측 수준은 현재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들고 군사적인 제약도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항공우주산업은 안보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또한 우주탐사와 천문관측은 과학문화의 확산 측면에서도 국민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활동에 속한다. 국가의 위상과 경제력을 고려하여 천문관측 사업과 항공우주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