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팔' 김진우(22. 기아)가 점점 종적을 감춰가고 있는 완투형 투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 김진우는 지난 6월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5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자신의 시즌 첫 완봉승(1-0)을 올린 데 이어 6월 30일 광주 SK전에서도 9이닝 동안 5피안타 4탈삼진 2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시즌 성적은 4승(4패) 1세이브에 불과하나 절반이 완투승이다. 연이은 두 번의 완투 경기에서 그는 122개, 120개씩만 뿌렸을 정도로 투구수도 적절했다. 4일 현재 8개 구단 투수 가운데 올 시즌 완투를 한 선수는 총 8명. 김진우를 비롯 리오스(기아) 배영수(삼성)가 각각 2차례씩 완투를 했고 이혜천(두산) 문동환(한화) 김수경(현대) 이승호 장문석(이상 LG) 등이 1번씩 완투쇼를 펼쳤다. 그는 190㎝에 육박하는 큰 키에서 우러나오는 150Km의 빠른 볼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2002년 입단 당시부터 기아의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지난 데뷔 첫해 12승을 올렸을 뿐 이듬해 11승, 지난해 7승으로 도리어 기량이 퇴보한 듯한 느낌을 줬다. 지난해 광주에서 군산까지 도보 일주하는 '한마음 종주' 도중 무릎 통증을 일으 켜 결국 무릎 수술까지 받았던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체중 감량을 극복하지 못하고 왼 발목 부상을 당하며 여전히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6월 9일 문학 SK전부터 3연승을 내달리며 '괴물'의 자질을 재차 인정 받기 시작했다. 시즌 방어율은 3.87. 선발 6이닝을 3실점 이내로 막는 '퀄리티 스타트' 개념이 보편적으로 퍼지면서 완투형 투수는 점점 사라져갔다. 선발-중간-마무리로 이어지는 마운드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오래 던질 필요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 투수가 한 게임을 완전히 책임지면 나머지 불펜 투수들도 편해진다. 5일 만에 등판하는 선발 투수가 한 게임을 틀어막으면서 매일 대기해야 하는 불펜들은 꿀맛같은 재충전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수준급 투수들의 해외 이탈로 중간 투수진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한국프로야구 현실에서는 그래서 완투형 투수의 존재가 더욱 반갑다. 역대 최다 완투는 롯데 투수코치인 윤학길이 보유한 100번. 윤학길은 그 중 74승을 올려 최다 완투승 기록도 함께 가지고 있다. 최다 완봉승 기록은 선동열 삼성 감독이 기록한 29승. 현역 최다 완투는 이강철이 기록한 69번. 그러나 중간 계투로 보직이 바뀐 이상 더 이상의 완투 추가는 힘들다. 송진우 정민철(이상 한화) 정민태(현대) 등이 40번 이상 완투를 했으나 나이 탓에 팀에서도 완투까지 혹사(?)시키는 일은 없다. 젊은 투수 가운데서는 김진우가 2002년 4번, 2003년 4번 등 올해까지 10번으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리오스도 10차례를 했다. 강견으로 소문났던 박명환과 문동환은 각각 1998년 이후, 2002년 이후 완투가 끊겼다. 둘 모두 통산 12번, 13번 완투했다. 지난해 최다 완투는 레스(전 두산)와 배영수가 기록한 4번이었다. 결국 완투형 투수의 계보는 김진우와 배영수가 잇고 있는 셈이다. 2연속 완투승으로 기아 마운드에 숨통을 트여준 김진우가 근래 보기 드문 완투 행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