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29일 출국한 정동영(鄭東泳)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이 방미 기간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면담할 가능성이 있을 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부시 대통령의 일정이 빡빡할 뿐아니라, 우리측에서 정식으로 `예방'을 신청한 것도 아니어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정 장관이 방미 기간에 부시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정 장관이 방미 기간인 30일과 다음 달 1일 리처드 루가(공화.인디애나) 상원 외교위원장과 딕 체니 부통령을 각각 면담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 외의 일정은 유동적이지만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출장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귀국후 구체적인 면담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홍석현 주미대사도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 장관의 방미는 북한의 말이 행동으로 이어질 지 미심쩍음을 갖고 있는 미 정.관계 고위인사들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과 제15차 장관급회담의 성과를 상세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심도있게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미국내 대북 강경인사들을 만나 설명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가는 것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그러나 정 장관이 이번 방미 기간에 부시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행정부내 `네오콘'을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세력의 반대에도 불구,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던 부시 대통령이 정 장관을 직접 만나 김정일 위원장의 의중을 듣고 싶어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에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호칭하면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고, 10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의 핵 포기시 북미간에 `보다 정상적인 관계'(more normal relations)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만의 하나 예방이 성사된다면 정 장관은 `6.17 면담'을 통해 드러난 김정일 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미측과 추가협의를 전제로 한 `7월중 6자회담 복귀 용의' 표명에 대한 진의를 포함해 면담 내용을 소상히 설명하고, 경우에 따라 김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희망사항이기는 하지만 정 장관이 부시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미 행정부의 중간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김정일 위원장의 정세 판단과 의지를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