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시장이 유가 충격으로 급락하면서 주가의 조정 폭에 대한 관심이 높다. 50달러(서부 텍사스 중질유 기준)가 넘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5월 중순이후 증시는 상승세를 구가했지만 유가가 60달러선을 넘나들면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최근 상승세를 이끌었던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가 매수에서 매도로 전환하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 프로그램 매도가 부담 지난 5월13일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910.72로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과정에서 1등 공신이었던 프로그램 매매가 이젠 장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기업실적 악화, 고유가 등의 악재를 뚫고 한 달 보름여만에 지수가 100포인트나 급등한 것은 프로그램 매수 덕이다. 미국 증시를 비롯한 해외 증시가 견조한 상황에서 적립식펀드 등으로 돈이 몰리자 기관에 매수여력이 생기면서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했던 셈이다. 특히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프로그램 순매수는 차익과 비차익을 합해 1조3천25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프로그램을 포함한 기관의 순매수는 8천640억원이었고, 개인은 1조815억, 외국인은 1천803억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장이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23일 113억원의 소폭 순매도로 전환한 프로그램 매매는 24일 1천534억원어치의 매물을 풀어내면서 지수를 하락으로 이끌었다. 이날 역시 오후 2시 현재 1천500여억원의 순매도가 나오면서 지수는 990선 밑으로 추락했다. ◆ 950선이 마지노선 고유가의 충격으로 지수가 이틀째 하락하자 추가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는 증시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유가가 당분간 쉽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않는데다 2.4분기 실적 악화, 내수 부진, 미국 등 해외 증시의 하락 압력 등이 부담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 있는 980선이 무너질 경우 지수가 95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보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증시는 바닥을 다진뒤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3월 증시가 연중 고점을 찍은이후 조정을 받은 것도 유가 때문이었다"면서 "당시의 학습효과 때문에 조정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960선에서는 지지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 3월에는 900선까지 시험을 받았으나 그동안 바닥을 다지며 올라왔기 때문에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단기간에 100포인트가 상승해 다시 1,000을 찍었으나 프로그램 매수를 빼면 상승 논리가 취약했다"고 지적하고 "일단 980선이 무너질 경우 950선까지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수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유가의 추가 상승여부가 가려지고 2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마무리되는 7월 중순이후엔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이강력 투자정보팀장은 "유가가 현 수준에서 더 급등할 것으로 보이지않는데다 2분기 기업실적은 이미 증시에 반영돼 있기때문에 최악의 경우 950선까지 조정을 받더라도 7월 중순이후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며 이번 조정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