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일 진행된 UBS 주최 콘퍼런스에서 국내 주요 IT업체들은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을, 자동차업체들은 커진 경쟁력을 강조했다. 또 POSCO 등 철강업체는 고급 철강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고 금융의 경우 업계 경쟁 심화와 인수.합병(M&A)이 주요 이슈로 거론됐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UBS 장영우 대표는 "투자자와 기업관계자를 포함해 500여명이 이번 IR에 참석했다"면서 "홍콩.싱가포르.미국.유럽.일본.아부다비 등 해외 각국의 주요 투자자들이 대거 참가,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으며 이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액도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또 "대만시장에서 해외투자자들이 기술주에만 주목하는 것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여러 업종에 고루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경기 회복세 등이 부진하지만, 풍부한 유동성(시중자금)과 낮은 밸류에이션(저평가) 등에 힘입어 증시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거품론에 대해서는 "GDP 등에 비해 현재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아니다"라면서도 "일부 지역에 국한해 가수요 등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IT기업 "하반기 실적 좋아진다" = 신승준 UBS 이사(IT섹터 담당)는 "이번 서울 콘퍼런스 뿐 아니라 앞서 지난 21~22일 대만에서 열린 같은 형식의 UBS 콘퍼런스에서도 IT기업들이 공통적으로 2.4분기 이익 '바닥'을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품의 가동률이 3.4분기부터 '서프라이즈' 수준은 아니더라도 완만한 계절적 상승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부문의 경우 애플리케이션(기기) 다양화와 함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메모리나 디스플레이(LCD.PDP) 부문 모두 가격 하락보다 비용 하락 속도가 더 빨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휴대전화 부문의 경우 역시 하반기에 수요를 촉진할 신모델 출시가 집중돼, 출하량 증가와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005930]의 주우식 전무는 지난 23일 그룹 프레젠테이션에서 하반기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 전 부문에 걸쳐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고, 삼성SDI[006400] 역시 이날 IR에서 하반기 PDP 시장의 수급 및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투자자들에게 전했다. 또 IT 제조업체들이 지난 1.4분기까지 IT부품 재고를 '타이트'하게 유지했으나 이제 '재고 재축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IT부품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된다고 신 이사는 덧붙였다. ◆ 자동차 "경쟁력 자신, 환율은 고민" = UBS 장 대표는 "이번 IR에서 자동차업체들의 경우 예전과 달라진 '자신감'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장 대표는 "국내업체들이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상승을 강조했고 이제 해외투자자들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브랜드와 품질 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더딘 내수 회복이 문제로 지적됐으나 업체들은 올해 대체로 정도는 약하나마 내수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향후 미국.중국.인도.유럽 등에서 지속적으로 설비를 확장하고 이에따른 투자비가 늘더라도 배당률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투자자들에게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환율은 여전히 실적 측면에서 자동차 업체의 가장 주요한 '리스크'로 지적됐다. 이날 그룹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현대차 김득주 IR팀장은 환율 문제에 대해 "다행히 현재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작년 3.4분기 원/달러 환율이 1천150원 수준이었으므로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올 3.4분기까지는 (환율환경이) 계속 작년동기대비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시장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기아차의 구필현 IR팀장 역시 "원/유로 환율이 1천250선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의외로 큰 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원/유로 환율이 100원 떨어질 경우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천억원 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이같은 환율 관련 손실을 가동률 및 판매단가 상승,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철강 "고급재로 차별화", 금융 "경쟁심화" = 철강업의 경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철강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집중됐다. 장 대표는 "대만의 차이나스틸 등 철강업체들이 대체로 오는 3.4분기말 정도부터는 철강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더구나 최근 스팟가격이 크게 떨어진 제품들의 경우 중국산 저급재들로, POSCO 가 생산하는 고급재들은 가격 하락이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장 대표는 "POSCO는 고급제품으로 중국 등과 차별화를 이루고 인도 등에 진출, 원자재 확보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덕일 POSCO IR팀장도 이날 "우리가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용 강판, 전기강판 등 고급재 철강제품의 경우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이므로 저급재의 가격 동향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며 올해 24조원의 매출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대형은행들은 대체로 현재 마진이 1.4분기보다 안정된 상태며, 가계대출과 카드 부문의 충당금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출둔화 등으로 중소기업 부문의 대출과 충당금이 다소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 설명이었다고 UBS측은 전했다. 씨티은행, 스탠더드챠타드 등의 진입으로 가계대출 경쟁 심화 양상이 거론됐으나, '특판예금이 꼭 경쟁에 따른 결과냐'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또 앞으로 외한은행과 엘지카드를 외국계와 국내업체 중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금융업계의 재편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공통적이었고, 이에따라 대부분의 은행이 LG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고 UBS측은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