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체회의를 갖고 본격 협상에 돌입하는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북핵 문제 보다는 지난 17일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합의사항의 후속조치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이번 회담에서는 장성급 군사회담 등 각종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에 대한 일정을 확정짓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남북관계를 완전히 정상화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침은 지난 17일 평양에서 이뤄진 정 장관과 김 위원장 간에 5시간 가까이 이뤄진 만남을 감안한 것이다. 2002년 10월 제8차 이후 장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이 북핵 문제를 공동보도문에 넣으려고 북측과 설전을 벌인 것은 우리 입장과 주변국 동향을 북측 최고지도자의 귀에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하자는 목적이 컸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나흘 전 정 장관이 2시간 30분에 걸친 김 위원장과의 단독면담 시간 가운데 1시간 30분을 핵 문제 설명에 할애해 `하고 싶었던' 얘기를 모두 나눈 만큼 굳이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정 장관은 지난 10일 한미정상회담 결과의 설명은 물론 북측의 6자회담 복귀시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우리측의 `중대 제안'과 핵문제가 해결되면 우리측이 시행할 `포괄적ㆍ구체적 경제협력사업 추진구상'까지 제시했다. 이처럼 할 만큼 한 상황에서 핵 문제에 계속 매달리다가는 자칫 다른 의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중대제안'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나올 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 대표단은 이 때문에 장관급회담 밑에 가지치기를 해 나간 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장성급 군사회담 등의 재개 일정을 잡아 당국간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한 작년 7월 이전으로 남북관계를 되돌리는 것을 주된 목표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정 장관과 김 위원장 사이에 합의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이 합의사항들의 이행은 남북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는 물론,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정부측 판단이다. 우리측은 김 위원장이 "경계선도 분명하지 않은 바다에서 총질할 이유가 없다"면서 서해상 긴장완화에 깊은 관심을 보인 점을 감안,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와 수산회담 개최를 위한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급 군사회담의 경우 지난 해 어렵게 성사된 이후 두 차례 회담에서 서해상 우발충돌 방지 방안 등의 합의를 이끌어 낸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적어도 날짜를 구체적으로 잡는 것까지는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게 회담장 안팎의 관측이다. 이산가족 분야에서는 작년 7월 제10차 상봉에 이어 제11차 상봉을 8.15 광복절에 갖기로 합의한 만큼 이를 재확인하고 화상상봉 추진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는 동시에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공사 재개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이 공감한 서울-평양 직선항로에 대한 논의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검토해 온 항공협정 체결 문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김 위원장이 동해선ㆍ경의선 철도의 동시 개통 원칙을 접고 동해선보다 경의선을 먼저 개통해도 된다는 입장을 시사한 점을 감안, 지난 5월 차관급회담에서 거론됐던 철도 시험운행 문제도 협의될 전망이다. 북측에서는 지난 18일 적십자라인을 통해 추가로 요청한 비료 15만t 지원문제나 쌀 차관 제공 문제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