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은 오후 5시35분께 회담장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 도착했다. 검은색 에쿠우스 리무진에서 내린 권호웅 북측 단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렸으나 양쪽에 늘어선 호텔직원들의 박수가 터지고 환영 꽃다발이 전달되자 박수를 치며 붉은색 양탄자 위를 걸어 1층에 마련된 환담장으로 향했다. 현관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동영(鄭東泳) 남측 수석대표는 권 단장을 맞아 악수를 나눈 뒤 환담장으로 안내했고 여기서 정 수석대표가 권 단장에게 귀엣말을 건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환담장에 들어선 정 수석대표는 지난 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사실을 언급하며 "오늘이 태양이 가장 높은 날인 하지"라며 대화를 유도했다. 권 단장은 "정 장관이 장군님을 만났으니 통일농사 씨앗은 이미 뿌려진 것과 같다"고 화답했다. 5분간의 환담을 마친 뒤 정 장관은 바로 옆 회담장으로 권 단장을 안내하며 "내일 회담하는 자리니 한 번 앉아보라"고 권했고, 권 단장은 웃으며 "앉아봐야 하나"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남북장관급회담 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원탁회의를 화제로 삼으며, 권 단장이 "정 장관께서 아이디어를 잘 냈다"고 하자, 정 수석대표는 "네, 제 아이디어"라면서 서로 "잘해보자"고 화답했다. 특히 두 사람은 회담장에서 나와 숙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면서 두 손을 꼭 잡기도 해 지난 17일 정 수석대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면담 이후 가까워진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번 회담이 1년여만에 열리는 남북 고위당국간 교류라서 그런 지 외신기자 170여명을 포함한 500여명에 이르는 취재진들이 취재를 신청했고, 이날 북측 대표단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150여명이 몰리는 등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여줬다. 한편 북측 대표단은 인천공항에서 차량을 이용해 회담장인 호텔로 가던 중 북한을 비난하는 플래카드 등을 부착한 한 보수단체의 차량을 목격하고 남측 당국자들과 실랑이를 하느라 당초 도착시간보다 1시간 가량 늦게 도착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이상헌 기자 prince@yna.co.kr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