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소방수를 가리는 구원왕 구도가 후보들간 치열한 경쟁으로 최종 타이틀 홀더를 점치기 어려운 안갯속 국면으로 빠져 들고 있다. 올해 페넨트레이스가 반환점을 막 돌아선 가운데 구원 부문은 정재훈(두산)이 19세이브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조용준(현대)과 노장진(롯데), 권오준(삼성)이 똑같이 15세이브로 정재훈을 뒤쫓고 있는 형국. 데뷔 후 처음 소방수로 나선 3년차 정재훈은 생애 첫 구원왕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난해 세이브왕(36세이브) 임창용(삼성)과 구원 1위 2연패(99.2000년)에 빛나는 진필중(LG)이 선발로 돌아선 뒤 올해 무주공산이 된 구원왕 경쟁이 시즌 초반부터 심한 지각변동을 일으켜 왔기 때문. 지난 4월 중순만 해도 2001년 투수 부문 3관왕(다승.승률.구원)에 올랐던 신윤호(LG)가 세이브 부문 단독 1위로 나서 구원왕 탈환 기대를 높였다. 또 지난 달에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최고구속 150㎞의 위력투로 상대 타선을 윽박질렀던 `마당쇠' 노장진과 역대 월간 최다승 타이기록(19승)을 세운 팀 타선에 힘입은 권오준이 최고의 소방수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이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신윤호가 잇따라 불을 지르며 시즌 9세이브만 남긴 채 소방수 임무를 장문석에게 넘겨주고 구원왕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한 것. 또 잘나가던 노장진과 권오준도 6월 들어 팀 타선과 선발투수진의 동반 부진으로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린 팀 성적과 맞물려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달 5경기 연속 세이브를 포함해 22경기 연속 무패 행진 속에 부문 1위(15세이브)를 질주하던 노장진은 이 달에는 팀이 4승12패(승률 0.250)로 저조한 것과 궤를 같이하며 단 1세이브도 건지지 못한 채 완전히 `개점휴업' 상태. 설상가상으로 19일 LG전에선 6-5로 앞선 8회초 등판, 박용택에게 동점홈런과 역전홈런을 잇따라 허용하는 부진까지 겹쳐 시즌 첫 패전을 당했다. 지난달 7경기 연속 세이브 기염을 토했던 권오준 역시 팀이 이달 6승8패1무(승률 0.429)로 주춤하면서 지난 12일 현대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게 전부다. 반면 시즌 초반 구원 선두권에서 밀려있던 조용준은 지난 8일 LG전부터 18일 기아전까지 4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려 순식간에 공동 2위로 도약했다. 구원 선두 정재훈도 이달 11승6패(승률 0.647)로 선전한 팀 타선에 힘입어 2위 그룹과의 격차를 4포인트까지 벌렸지만 세이브 사냥에 본격 시동을 건 조용준과 잠시 주춤한 노장진, 권오준에게 언제 추월당할 지 몰라 안심할 수 없다. 선두 쟁탈전과 피말리는 4강 다툼 등 치열한 팀 순위 싸움 못지 않게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구원왕 경쟁에서 누가 최종 타이틀 홀더의 영예를 누릴 지는 정규시즌 막판이 되서야 완전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