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셨느냐, 안마셨느냐.' 중의원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의 음주여부를 놓고 일본 정계가 시끄럽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국회 회기연장을 결정한 중의원 본회의장에 여당 의원들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표결에 참여했다며 국회의장에게 징계동의안을 제출하자 여당이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무고혐의로 역 징계동의를 내는 등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는 것. 민주당은 지난 17일 밤에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 자민당 등 여당 국회의원 일부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표결에 참여한 의혹이 있다며 당일 산회후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와 아키바 겐야(秋葉賢也) 의원에 대한 징계동의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에게 제출했다. 자민당도 이에 맞서 "야당에도 술을 마시고 입장한 의원이 있다"며 3명에 대해 징계 요구안을 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틀후인 19일 고이즈미 총리와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 이마즈 히로시(今津寬),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의원 등 4명도 술을 마신 의혹이 있다며 추가로 징계동의안을 제출했다. 음주주장에 대한 변명도 가지각색.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20일 민주당의 음주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항의문을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 앞으로 보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 방문을 앞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술을 마셨다고 주장한) 그날 나는 술이나 알코올류를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무슨 근거로 당차원에서 엉터리 징계동의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대단히 무책임한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음주혐의로 자민당에 의해 징계동의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저녁 6시에 시작된 파티에 참석했지만 우롱차만 마셨다"고 반박했고 또 다른 의원은 "파티에서 다같이 건배할 때 물을 탄 위스키잔에 입만 댔을 뿐 마시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항의에 대해 오카다 대표는 "정황증거(얼굴이 벌갰었다)로 보면 술을 마신 것 같으나 본인이 절대로 안마셨다고 우기면 음주증거가 확실해질때까지 비판을 자제하겠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자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사실무근의 징계동의안을 냈다는 이유를 들어 20일 민주당 중의원 운영위원 3명, 민주당은 다시 이에 맞서 연립여당 운영위원 6명에 대한 징계동의안을 내는 사태로 발전했다. 사태가 이전투구양상으로 번지자 정계 일각에서는 술을 마시고 회의장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키로 한 1948년 중의원 결의를 다시 확인하는 선에서 서로 징계동의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