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6일 북핵 문제를 비롯한 최근 정세와 관련, "미국이 북한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면 북한도 미국을 우방으로 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남 위원장은 이날 오후 7시 10분부터 50분간 평양 목란관에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한 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남북의 책임있는 당국이 단합.협조를 도모하며 남북관계를 확실히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정부 대표단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면담은 우리 대표단과 25분간 전체면담을 가진 데 이어 25분간 김영남 위원장과 정 장관 사이의 단독 면담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정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 상호 관심사와 우려사항에 대해 남북간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을 전달했다. 정 장관은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순방외교 등을 비롯한 우리측의 노력과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소개하고 "각측이 유익한 방향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이 어떤 분야에서는 협력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협력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제15차 장관급회담은 보다 실질적이고 성과가 있는 회담이 돼야 할 것"이라고 폭넓은 분야의 협력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측이 지원한 비료가 올 농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면서 사의를 표시했다. 우리측 면담 배석자는 "김영남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했으며 6.15 공동선언의 이행을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요지의 입장을 표명했다"고 소개했다. 정 장관은 면담 직후 김 위원장이 주최한 환송만찬에서 "6.15선언의 핵심은 평화와 통일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는 평화"라며 평화구도 정착을 강조한 뒤 서울에서 열리는 8.15행사에 북측 민간 및 당국 대표단을 재차 초청했다. 북측의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는 "북남 공동선언의 산파인 북남 당국이 그 이행에서도 기관차가 되자"며 6.15선언의 실천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백낙청 남측 준비위 상임대표와 박용길ㆍ법장 명예대표, 한명숙ㆍ장영달ㆍ원희룡 의원 등 민간 대표단 20명은 북측의 전격 초청으로 이날 오전 김영남 위원장을 예방, 6.15선언의 의미와 한반도 상황 등을 주제로 20여분간 환담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통일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통일대축전이 대성황 속에 진행됐다"고 평가한 뒤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고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험담을 퍼붓는 등 미국이 우리를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조금도 끄떡하지 않고 경제건설을 다그쳐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ㆍ북ㆍ해외 공동행사준비위는 이날 오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민간 및 당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오락경기 및 통일대축전 폐막식을 가졌다. 백낙청 상임대표는 "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밑거름으로 민족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로 가는 7천만 겨레의 거대한 물줄기를 이어가자"며 폐막을 선언한 뒤 "8월 15일 남녘에서 다시 만나자"고 광복 60주년 때 재회를 기약했다. 폐막식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측 개인ㆍ단체 6곳과 재중조선인총연합회 등 해외 단체 4곳, 건설건재공업성 등 북측 개인ㆍ단체 7곳이 이번 축전에 기여한 공로로 `6.15공동위원회' 명의의 지원증서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