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기능 분산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이하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해 헌법 소원이 15일 제기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공방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행정도시 특별법 헌법 소원은 지난해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헌법 소원과 청구 취지는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다른 점도 많아 치열한 법리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 뒤 헌재 결정 취지를 받아들여 `수도 이전'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주요 기관은 서울에 그대로 둔 채 정부 부처만 옮기는 내용의 행정도시 특별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청구인단은 "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행정부처 이전인 데다 이번 특별법 조문이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조문과 80% 이상 유사하기 때문에 헌재 결정 취지를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처ㆍ공공기관 이전' 정부 고유 권한 vs 한국판 하방 정책 = 헌재는 작년 10월 수도에는 국회, 청와대, 행정부처,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크게 5개 기관이 있어야 하고, 특히 청와대와 국회가 필수적인데 이 모든 기관을 이전하려고 한 만큼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헌재는 결정문에서 "행정부처는 기구가 전문적이고 방대해 반드시 한 도 시에 집중 소재할 필요는 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정부조직의 분산배치는 정 책적 고려가 가능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소재지를 수도의 특징적 요소로 보는 한 정부 각 부처의 소재지는 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 별도로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볼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대표 기관만 서울에 있다면 나머지 정부부처 등 관련 기관은 수도를 결정하는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기관을 이전할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정부 소속기관 68개, 정부 출연기관 54개, 정부투자기관(재투자기관 포함) 21개, 정부 출자기관 5개, 기타 공공법인 29개 등 모두 177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균형있게 배치한다는 계획을 국회에 보고했다. 정부는 부처와 공공 기관 이전이 정부의 고유 정책 판단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도시 특별법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이번에 헌법 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단은 특별법 내용이 사실상 신행정수도 특별법과 크게 다를 바 없어 헌재 결정 취지를 벗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소원을 낸 이석연 변호사는 "심하게 표현하면 공공기관 이전은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 베이징(北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하방(下放) 정책과 같다"고 혹평했다. 공공기관 이전 계획 역시 행정도시 특별법 4조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명백히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헌재의 심리는 결국 대규모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이전이 정부의 판단 권한에 속하는지를 가리는 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 절차 `수도이전' 따라갈 듯 = 사상 초유의 수도 이전을 둘러싼 헌법 소원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재판 절차는 별다른 논란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사자 적격부터 시작해 논란 거리가 적지 않다. 헌법소원 청구인 자격 여부를 판단할 때 헌재 재판관 5인 이상이 `적격 없다'는 의견을 낼 경우 헌법 소원은 각하된다. 지난해 헌재는 수도이전과 관련해 청구인 자격을 인정했지만, 이번 행정도시 특별법은 보는 관점에 따라 수도 이전 때처럼 청구인 자격이 인정될 수도 있고 정부 정책이라는 좁은 틀에서 보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심리과정에서 당사자와 각종 참고인, 증인 등이 법정에 출석해 공방을 벌이는 공개변론이 실시될 지도 관심 거리다. 헌법재판소법상 구두변론을 원칙으로 하는 탄핵 및 정당해산 심판과 달리 헌법소원과 위헌법률 제청사건은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이번 헌법소원이 의무적 공개변론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양측 당사자의 태도와 재판부 판단에 따라 공개 별론도 가능하다. 청구인단은 헌법소원 외에 별도로 가처분 신청은 않는 대신 헌재 결정 때까지 특별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주장을 강하게 할 예정이어서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거리다. 청구인단 자격이 인정되고 심리가 본격화되면 관습헌법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해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근거로 결정을 내렸고, 청구인단은 이번 헌법 소원을 내면서 수도를 두 곳으로 분할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관습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 분할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 해소, 국토 균형 발전을 내세운 정부측 주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지난해 논란이 됐던 관습헌법을 둘러싼 법리 공방도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